국민의힘 안에서 ‘이태원 참사’ 직전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하는 보도는 전혀 없었다”며, 방송사를 비판하는 말이 나왔다. 참사 발생 직후 경찰과 행정안전부 등 재난 관련 부처의 보고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돼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도,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11차례에 걸쳐 경찰 신고가 쇄도하는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중계차를 달고 이를 취재하는 방송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하는 보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태원 참사) 사고 책임은 경찰, 지자체뿐 아니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사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연합뉴스 티브이(TV)>를 거론하며 “사고 발생 전인 10월29일 저녁까지 안전에 대한 보도 없이 핼러윈 축제 홍보 방송에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랬던 방송사들이 사고 발생 후 언제 홍보성 방송을 했냐는 듯이 정부 책임론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엠비시는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을 수 차례 반복 보도해서 2차 가해를 가했다”, “공영방송은 스스로 만든 재난보도 준칙까지 짓밟으며 피해자 사진 영상을 보도하는 데에 열을 올렸다”고도 말했다.
“국가적 재난 발생 시 미디어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한 말이지만,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방송사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비쳐졌다. 그는 한발 더 나가 “사건 장면을 반복하는 보도뿐 아니라 사망자, 부상자, 유가족 인권을 침해한 방송사는 관련법에 따라 엄중한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박 의원의 이런 발언이 ‘책임 회피’로 비쳐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어느 쪽에 돌린다고 보지 않고 이런 문제점도 있지 않냐는 지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의 말에 동의하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자세한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사고 직전에도 축제를 홍보하는 듯한 그런 보도 하다가 갑자기 사고로 넘어간 언론도 문제 있지 않냐’ 이런 내용으로 들었다. 언론사 자체적으로도 그런 데 대한 평가가 있지 않겠나”고 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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