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이해찬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거센 후폭풍에 거취 언급 불구…‘사과와 사퇴’ 사이 묵묵부답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신의 ‘거취’를 언급한 이해찬 총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총리는 6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아프리카 순방을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출국인사를 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오전 9시25분께 정부청사에 출근했다.
이 총리는 청사에서 마주친 기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전 10시에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이 순방중인 만큼 평소와 다름없이 흐트러짐없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골프 파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의 전날 ‘거취’ 언급에 대해, 핵심 측근들은 “사퇴를 할 만큼 죄질이 중한 게 아니다”라며, 격앙된 국민정서를 달래기 위한 ‘차원높은’ 대국민 사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인사들은 이 총리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휘둘리고 있다며 언론에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총리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언론에서 철도노조 파업 첫날 시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부각시킴으로써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이 총리도 예기치않게 파문이 확산돼 신경이 곤두선 상태지만, 정치권까지 가세한 상황이어서 일단 불을 끄고 보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와 가까운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총리가 딱부러지게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사퇴 얘기를 한 것 같지는 않다”며 “이 총리가 임용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여쭙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본인 거취를 표명한 것은 사과의 의사를 최고의 강도로 표현한 것이며, 따라서 이를 사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총리가 실제로 그만둘 생각을 굳히고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총리직이 국정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식화를 미뤘을 뿐, 노 대통령과 이 총리 사이에서 ‘사퇴’ 쪽으로 정리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평소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이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는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을 수도 있다”며 “본인이 거취 문제를 말한 이상, 이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어떤 생각에서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노 대통령이 오는 14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익림 임석규 기자 choi21@hani.co.kr
이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어떤 생각에서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노 대통령이 오는 14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익림 임석규 기자 choi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