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崔鉛熙) 의원의 잠적이 장기화되면서 최 의원 해법을 둘러싸고 당내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 차원의 사퇴압박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지도부는 물론 의원 개개인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특히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최근 "최 의원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다소 `국외자적인' 듯한 입장을 보인데 대해 당내 강경론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박 대표는 방일중이던 지난 11일 수행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최 의원 해법에 언급,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국민에게 사과드렸고, 당이 할 수 있는 여러조치들을 취했다"면서 "(의원직 사퇴 여부는)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물론 당내 일각에서도 `최 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당 지도부도 탈당한 최 의원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이 외형적으로 한나라당과의 고리가 끊어진데다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라면서 "현실적으로 당이 강제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최 의원을 사무총장에 기용했던 박 대표가 법적 한계를 명분으로 그에게 마지막 `배려'를 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당장 한 중진 의원은 "최 의원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는데 당 지도부가 좀더 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면서 "박 대표가 너무 미온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내 여성의원들도 "최 의원이 조속한 사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이제는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며 박 대표와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차가 당장 당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로서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공세에 모든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사태 초반부터 최 의원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해 온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최근들어 가급적 직접적인 사퇴발언을 삼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의도와는 달리 자칫 박 대표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 당내 대체적인 평가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