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명숙 의원을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회인준을 통과하면 고건,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현 정부의 세 번째 총리가 되며, 대한민국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첫 여성총리가 된다. 이런 역사적 사건에 환호하는 국민이 많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 여성의 정치진출이 한국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키리라는 기대감이다.
현재 여성의 정치진출 상황은 어떠한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의 비율은 지방의원, 자치단체장을 통틀어 3.2%이며, 17대 국회의원 성별분포를 보면 여성은 13.8%에 미칠 뿐이다. 여성이 대한민국 인구의 그리고 전체 유권자 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여성의 정치진출은 턱 없이 모자란다. 물론 우리나라 선거법에는 선출직의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라는 권고조항이 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를 지키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5·31 지방선거 출마자의 35%를 여성으로 정했다.
물론 여성할당제는 우리사회가 양성평등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정책이념과 국민적 공감대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적 정책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여성의 정치진출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좌절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여성할당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시대가 가능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여성의 정치진출이 기존의 정치문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5·31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고 이미 선거현수막과 개인홍보물이 뿌려지고 있다. 그런데 선거의 쟁점이 없다. 쟁점이라면 성희롱, 황제골프 그리고 황제 테니스가 전부이다. 더구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자는 지방선거이지만 차기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부패한 지방권력을 심판하자는 여당의 슬로건은 특정 대선 후보의 입지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퇴색되었고, 무능한 중앙권력을 심판하자는 거대 여당의 슬로건은 지금이 지방선거인지 대통령선거인지 그 정체를 모호하게 한다.
기자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다 못해 여기자를 성희롱하고, 시간나면 가정을 버리고 골프니 테니스니 하며 유력 인사들과 몰려다닌다. 그리고 선거만 하면 그것이 무슨 선거인지 상관없다. 오직 목표는 개인적 권력이고 그 최고 정점은 대권일 뿐이다. 국민들은 발 묶인 지하철 때문에 출근전쟁을 벌이고, 가족과 운동이라도 하려면 사람들에 치여 되돌아와야 한다. 지방 선거는 지역 유지들의 감투싸움에 밀리고, 국민들의 살림은 국회의원들의 대권 주자 줄서기로 망각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정책, 새로운 이념 그리고 새로운 비전이다. 그러나 단지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이런 거대 서사가 아니라, 대안적 정치문화이다. 개인의 권력 장악이 아니라 민생에 주목하는 ‘살림’의 정치. 유력 인사끼리 몰려다니지 않고 소외된 계층을 찾아다니는 ‘보살핌’의 정치. 황제적 생활이 아니라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아낌’의 정치. 줄서고 편 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모임’의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여성정치인에게 살림과 보살핌 그리고 아낌과 모임을 바란다면 이는 지나친 것일까? 여성정치인에게 대안적 정치문화를 바란다면 이는 과도한 것일까? 5·31 지방선거는 중앙권력 심판도 지방권력 심판도 아니다. 5·31 지방선거는 기존의 정치문화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살림과 보살핌 그리고 아낌과 모임에 익숙한 여성유권자와 여성후보자가 합심하여 그리고 이를 바라는 정당과 남성 유권자와 연대하여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쇄신하자.
기자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다 못해 여기자를 성희롱하고, 시간나면 가정을 버리고 골프니 테니스니 하며 유력 인사들과 몰려다닌다. 그리고 선거만 하면 그것이 무슨 선거인지 상관없다. 오직 목표는 개인적 권력이고 그 최고 정점은 대권일 뿐이다. 국민들은 발 묶인 지하철 때문에 출근전쟁을 벌이고, 가족과 운동이라도 하려면 사람들에 치여 되돌아와야 한다. 지방 선거는 지역 유지들의 감투싸움에 밀리고, 국민들의 살림은 국회의원들의 대권 주자 줄서기로 망각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정책, 새로운 이념 그리고 새로운 비전이다. 그러나 단지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이런 거대 서사가 아니라, 대안적 정치문화이다. 개인의 권력 장악이 아니라 민생에 주목하는 ‘살림’의 정치. 유력 인사끼리 몰려다니지 않고 소외된 계층을 찾아다니는 ‘보살핌’의 정치. 황제적 생활이 아니라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아낌’의 정치. 줄서고 편 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모임’의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여성정치인에게 살림과 보살핌 그리고 아낌과 모임을 바란다면 이는 지나친 것일까? 여성정치인에게 대안적 정치문화를 바란다면 이는 과도한 것일까? 5·31 지방선거는 중앙권력 심판도 지방권력 심판도 아니다. 5·31 지방선거는 기존의 정치문화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살림과 보살핌 그리고 아낌과 모임에 익숙한 여성유권자와 여성후보자가 합심하여 그리고 이를 바라는 정당과 남성 유권자와 연대하여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쇄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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