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하세월이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저녁 서울 시내에서 저녁을 함께 들었다. 두 사람은 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세 시간 남짓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이 한 내정자의 열린우리당 당적 유지가 심각한 문제라고 느낀다면 그때 정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청문회에서 문제제기를 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한 내정자의 당적 포기는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국민과 야당에 보이는 최소한의 것”이라며 당적 포기 없이는 청문회에 응할 수 없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의 갑작스런 낙마 이후 부쩍 강화된 야당의 정치 공세에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한나라당에서도 한 내정자의 당적을 포기시켜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선제압 효과를 누리겠다는 정략적 셈법만 엿보인다.
두 당 원내대표는 11일 다시 만나 협상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양쪽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일정이 합의된다고 해도 청문회는 ‘졸속’이란 꼬리표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14일까지 마쳐야 한다. 국회법상 총리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을 전달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끝내도록 되어 있다. 한 내정자의 임명동의안은 지난달 31일 국회로 넘어왔다. 증인 역시 청문회 시작 5일 전에 미리 출석을 요청해야 한다.
선거철을 맞이한 여야의 정략적인 계산 앞에서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청문회는 결국 날림으로 진행되거나, 국회법이 정한 기한을 넘겨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나쁜 선례만 하나 더 보탤 가능성이 높아졌다. 딱한 일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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