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은 왜 수십 년에 걸쳐 ‘미국’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장탄식을 하게 된다.”
<조선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조선일보>식으로 ‘거두절미’하고 그 대목만 보면 미국을 바로보자는 주장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 장탄식의 주인공은 김대중 고문입니다. 그가 왜 한국인이 수십 년에 걸쳐 미국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지 개탄하는 걸까요. 그 글 앞에 놓인 전제를 보면 해답은 쉽게 나옵니다. “평택의 논두렁 진흙 속에서 ‘반미(反美)’를 외치며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보면서”입니다.
4월11일 조선닷컴에 올라온 ‘김대중 칼럼’의 첫 문장입니다. 해괴한 주장은 이어집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배신’과 ‘대패착(大敗着)’으로 몰아가는 전직 청와대 측근 비서관의 고발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덫’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을 느낀다.” 칼럼 제목은 ‘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입니다. 비아냥과 냉소가 듬뿍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대체 미국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미국의 덫에 갇혀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모든 걸 단순화해서 바라보는 ‘조선일보류’의 소박한 인식은 김 고문의 이라크 전쟁관에서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보십시오.
“인류의 종국적 문명충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교전쟁은 바야흐로 기독교권(圈)과 이슬람권의 일대 회전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종교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무자비하고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인류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 왔다. 이제 그 종교전쟁과 인종전쟁의 결승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거대 종교의 세기적 싸움이 중동을 발화점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바로 이런 세기적, 세계적 전쟁에서 살아남고 번영을 유지하는 일이다.”
미국 조지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종교전쟁으로 보는 시각은 사실과도 다를뿐더러 천박한 인식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거친 판단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적으로 기독교권에 속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슬람권은 분명히 아니다. 그런 측면에선 기독교권과 등질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는 기름은 없고 기독교인은 많다.”
어쩌자는 걸까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가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적어도 칼럼으로 판단해볼 때 그는 ‘평택 논두렁에서 뒹군 사람들’의 논리를 전혀 모릅니다. 최소한 사실을 바탕으로 비판하면 그나마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대를 ‘반미 ’로만 딱지 붙인 뒤 훈계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김대중 고문에게 <조선일보>는 물론 대다수 언론이 묵살한 ‘사실’ 하나만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3월 30일 오전 8시.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수륙양용상륙장갑차들이 해수욕장으로 쏟아져왔습니다.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FE)의 하나였습니다. 인터넷신문 <통일뉴스>에 따르면 이날 한미 연합상륙전 연습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늘 실시되는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 “만리포는 북한 서해안의 한 지역을 상정한 상륙작전”, “(본 군사연습의 가정상황으로) 평양의 고립을 위한 서해안 상륙작전 준비중”, “한미연합사령관은 평양을 압박-고립하기로 결심했다.” 어떻습니까. 그날 상륙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탱크를 저지한 사람들과 평택의 최첨단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 과연 그들이 미국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이 땅에서 벌이는 전쟁연습에 한사코 눈감은채 한미동맹과 한미자유무역협정만 부르대는 언론인이 미국의 덫에 갇힌 걸까요. 그가 기득권세력에게 ‘영향력’있는 신문의 고위언론인이기에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차분히 묻고 싶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미군의 존재 자체에서 오는 위험성을 온전히 인식하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입니다. 이 땅의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평택 논두렁에 뒹군’ 분들이 희망인 까닭은.
그래서입니다. 김대중 고문에게 <조선일보>는 물론 대다수 언론이 묵살한 ‘사실’ 하나만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3월 30일 오전 8시.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수륙양용상륙장갑차들이 해수욕장으로 쏟아져왔습니다.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FE)의 하나였습니다. 인터넷신문 <통일뉴스>에 따르면 이날 한미 연합상륙전 연습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늘 실시되는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 “만리포는 북한 서해안의 한 지역을 상정한 상륙작전”, “(본 군사연습의 가정상황으로) 평양의 고립을 위한 서해안 상륙작전 준비중”, “한미연합사령관은 평양을 압박-고립하기로 결심했다.” 어떻습니까. 그날 상륙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탱크를 저지한 사람들과 평택의 최첨단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 과연 그들이 미국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이 땅에서 벌이는 전쟁연습에 한사코 눈감은채 한미동맹과 한미자유무역협정만 부르대는 언론인이 미국의 덫에 갇힌 걸까요. 그가 기득권세력에게 ‘영향력’있는 신문의 고위언론인이기에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차분히 묻고 싶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미군의 존재 자체에서 오는 위험성을 온전히 인식하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입니다. 이 땅의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평택 논두렁에 뒹군’ 분들이 희망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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