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선거에서는 어떤 정당보다도 '괸당'이 힘을 발휘한다?'
제주지사 선거에서 여야 정당의 융단폭격식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김태환 후보를 지탱하며 박빙의 승부전으로 이끌고 있는 제주도의 '괸당'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방언인 '괸당'은 지난 3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극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선 제주시청 거리유세에서 전여옥 의원이 "'제주의 괸당'을 '세계의 괸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중앙 정치권에도 그 존재가 알려져 있다.
제주도 방언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故 현평효 박사는 '제주어사전(1995년)'에서 '괸당'은 '돌보는 무리'라는 뜻인 권당(眷黨)의 제주어 표기라고 밝혔다.
제주속담을 연구한 제주교대 고재환 명예교수는 '제주도속담사전(1999년)'에서 "괸당은 친족과 외척, 고종, 이종 등 멀고 가까운 친척을 두루 일컫는다"며 "이들은 집안에 혼례나 장례를 비롯해서 관심사가 있을 때는 모여들어 서로 돕고 걱정하며 정분을 돈독히 하는 것이 관습화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괸당'은 제주방언을 연구한 국어학자들의 개념을 뛰어 넘어 지연과 학연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의미로 해석된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섬(島)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서로 얽히고 설킨 제주의 사회.지리적 특성상 '괸당'은 정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그 어떤 정당 조직도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괸당'의 결집력은 구심체를 이루는 특정 인물의 사회적 경력과 그 조직 내부에서 각종 경조사 등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돌봐 온 이력에 따라 크게 다를 수가 있으며, 후보 그 누구든 '괸당'조직이 있다.
제주대 황석규(사회학) 교수는 "제주 정치사에서 괸당의 힘은 명백하게 확인할수 있다"며 "일상 생활로 파고드는 현재의 정치 행태로 볼 때 제주에서 괸당의 정치적 위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그러나 "제주에서 괸당문화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지역에 적합하고 이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며 대결하는 선진화된 정치문화가 필요하고, 도민들도 개인보다는 전체 이익을 고려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범 기자 ksb@yna.co.kr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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