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네 땀 닦는 고건 전 국무총리 15일 오전 경북 경주 반월성 ‘신라김씨 12대왕 추향대제‘에서 초헌관을 맡은 고건 전 국무총리가 땀을 닦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유력한 차기대권 주자중 한명인 고 건(高 建) 전 총리 캠프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대를 깨고 10% 초반수준으로 크게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0일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 3.7%)에 따르면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달과 비교해 6.1% 포인트 하락한 12.9%로 1,2위와의 차이가 종전보다 크게 벌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5.6% 포인트가 오른 31.7%로 수위를 줄달음쳤고, 박근혜(朴槿惠) 전 한나라당 대표도 1.8% 포인트 상승한 19.4%로 2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04년 5월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고수해 온 고 전 총리의 최근 지지율 정체현상은 캠프 관계자들에게 적잖은 당혹감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오름세 내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 전 총리 지지율의 경우에는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캠프 관계자들은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 상당히 오랜기간 접전상태를 유지했던 `이-박-고' 3강구도에 미묘한 추세변경이 진행되는게 아니냐는 얘기이다.
일단 고 전 총리 측은 외견상으로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북핵정국 요인 등이 기성정당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탓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고 전 총리의 측근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여론조사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실시된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반면, 정치권 밖에 머무르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며 "오래지 않아 지지율은 회복될 것"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추세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지지율 20%가 무너지고 10%대 초반까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고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좀 더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중도개혁실용세력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인도 아니고 비정치인도 아닌 모호한 정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흡인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캠프 일각에선 신당 창당 등 분명한 정치행위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지방방문이나 대학강연 등의 수단만 가지고서는 더 이상 지지율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신당을 창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거나, 조기에 대권도전 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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