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정치인의 사면 사유가 담긴 사면건의서 등을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사면권 행사가 원칙이나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보 공개가 사면권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사면권 행사의 실체적 요건이 설정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사면권 남용을 견제할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등이 형성되도록 정보 접근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조세 포탈과 뇌물 혐의 등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기소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현철씨와 김우석 전 내무부 장관, 황병태·김병오 전 의원 등이 1999년 8월 특별 사면되자, 이들에 대한 사면건의서 및 사면심의 관련 국무회의 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면) 정보의 당사자들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과 반사회성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면권 행사의 형평성이나 자의적 행사 등을 지적하고 있는 일부 비판적 여론과 관련해 앞으로 특별사면 행위가 국가 이익과 국민 화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보 공개로 얻는 이익이, 이로 인해 침해되는 당사자들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이익보다 더욱 크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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