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을 해서라도 (만류)해야 한다”, “사퇴하도록 모시는 게 제대로 모시는 거냐!”
16일 오후,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려던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은 지지자들의 반대와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우민회, 지케이(GK) 피플, 민우산우회 등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 회원 수십여명은 그의 대권 포기 소식을 전해듣고 여전도회관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건물 입구인 1층과 회견장이 있는 건물 14층 승강기 입구를 막아 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
고 전 총리는 이들을 피해 지하 1층 승강기를 타고 14층으로 올라갔지만 20여명의 지지자들이 온몸으로 회견장 진입을 막아 승강기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그는 “미안하다. 결심이 이미 굳었다”란 말을 남긴 채 지하 주차장으로 가 승용차를 타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기자회견이 불가능하게 되자 고 전 총리 쪽은 대선 불출마 입장을 담은 성명서와 서면문답 자료를 뿌렸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은 자료 배포를 막으려 보도진들과 또 한차례 몸싸움을 벌였다.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장 근처에서 즉석 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 배포된 자료는 공식 보도자료가 아니며 중상모략 세력에 의해 오도된 자료”라며 “고 전 총리의 심중은 이전과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물 10층에 있는 고 전 총리 사무실로 몰려가 “누가 보도자료를 뿌렸느냐”며 욕설 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미니홈피에도 “이것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불출마를 재고하소서” 등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담긴 글이 줄을 이었다.성연철 이태희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