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왼쪽)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
‘친박’ 강재섭 대표 “캠프 뛰려면 당직 사퇴를”
‘친이’ 이재오 최고위원 “강 대표 먼저 나가라”
‘친이’ 이재오 최고위원 “강 대표 먼저 나가라”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직자 경선 중립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1, 2위 득표를 했던 두 사람의 충돌은 날로 격화되는 당내 경선 국면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박’임을 공공연하게 내세웠고, 이 최고위원은 현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좌장 구실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은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강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에서 “사무총장, 정조위원장,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많은데 이런 분들이 어떤 캠프의 일원으로 직책을 맡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들이 만약 그런 의사를 갖고 있다면 당직을 깨끗이 사퇴하고 갈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당직을 맡으면서 그런 데 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언급한 ‘최고위원’은 이재오 최고위원으로 해석됐다. 이 최고위원은 공교롭게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재오 최고위원은 격분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를 특정 주자의 대리인이라며 나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전에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임을 내세워 당 대표가 된 강 대표가 먼저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가 특정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 분위기를 몰아가려고 고도의 계산된 수법을 쓰고 있다”며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박 전 대표를 위해 강 대표가 본격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펴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내 인사나 경선규정 문제 등을 처리한 것을 보면 강 대표야말로 박 전 대표 쪽 최고의 대리인”이라며 “그동안 중립적이지 않은 당 운영을 참아왔지만 이젠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회의에 불참한 틈을 타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전당대회 때 나를 방해한 박 전 대표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박 전 대표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이-박 진영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의 한선교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강 대표 발언은) 그간 부적절한 언행을 해온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최소한의 지적”이라며 “이 최고위원은 이제라도 이명박 전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인지 당을 위해 일할 것인지 양자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 쪽의 정두언 의원은 “강 대표가 왜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에 박 대표 쪽이 왜 나서는지 석연치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에선 ‘결국 터질 게 터졌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당대회 이후 잠복해 있던 양쪽의 불신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결국 곪았던 것이 터지고 말았다”며 “대선 주자간 감정싸움으로 번진다면 당이 분열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결국 공멸의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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