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장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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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경선 후보로 등록함에 따라, 두 주자는 ‘퇴로 없는 70일간의 혈전’에 들어갔다. 현행 공직선거법 57조2항은 일단 당내 경선 후보로 등록하고 나면, 탈당해서 독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을 당 울타리 안에 확실하게 가두게 됐지만, 그만큼 두 사람의 대결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 60%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50% 안팎인 상황에서 당내 경선은 곧 12월 본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일단 퇴로를 차단당했다고 해서 이번 경선이 ‘아름다운 대결’로 끝나리란 보장은 아직 없다. 8월20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숱한 변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칫 경선 과정에서 대결이 격화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의 분열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경선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검증 공방’이다. 특히 박 전 대표와 범여권의 파상공세를 동시에 맞고 있는 이 전 시장이 검증 국면을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박 전 대표 쪽은 6~7월 ‘이명박 검증’에 총력을 쏟을 태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검증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전 시장 쪽은 검증 공세에 “박 전 대표와 범여권의 ‘이명박 죽이기’ 대연정”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할 태세다. 검증 공방은 대선 직전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증 공방이 여론에 영향을 끼칠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 전 시장의 40%대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당심에서 우위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 쪽은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수 이내로만 줄어들면 경선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주자의 싸움이 격화해 경선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검증 문제 등을 놓고 경선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후보 간의 우열이 너무 분명해지면서 두 후보 간 대결이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경선을 포기하거나, 경선에서 패배한 쪽은 독자 출마는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다른 정당을 차릴 수도 있다. 또 경선 패자가 당내에 남아 있으면서도 본선에서 승자에게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범여권의 후보 구도가 언제, 어떤 식으로 짜일지도 한나라당 경선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이 전 시장 지지층의 상당수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범여권 후보가 확정되면 박 전 대표보다는 이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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