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탈당 석달만에 ‘범여권 품으로’
‘독자세력화 한계-통합 동력’ 이해 맞아떨어져
대선후보 결정까지 정통성·행보 싸고 논란 일듯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3개월 남짓 만에 범여권행을 택했다. 예상보다 조금 이른 선택이다. 대통합의 명분을 들고 범여권 대선 후보의 지위를 굳히려는 포석이지만, ‘운동권→한나라당 입당→탈당→범여권 합류’로 이어지는 행적에는 도덕성 논란을 부를 여울목이 많다. 손 전 지사는 25일 아침 참모진 회의에서 범여권 합류를 전격 발표하면서 “진흙탕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자신의 진영에 참여한 김부겸 의원 등을 맞은 자리에서는 “범여권 통합을 위해 불쏘시개나 밀알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흙탕’ ‘불쏘시개’ 등의 단어를 사용했지만, 손 전 지사의 표정은 환했다. 그의 범여권행은 ‘시기’만 문제였을 뿐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제3 후보’로 대선을 치를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선택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엔 전국적인 지지세와 명분이 부족했다. 역대 대선에서 ‘제3 후보’가 성공한 적도 없다. 선택의 시기가 ‘지금’이 된 것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독자세력화(선진평화연대)의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환영받으며 범여권에 합류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론자들은 27일로 예고된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소통합’으로 동력이 소진되어 가는 상황에서 유력한 원군을 만난 셈이 됐다. 손 전 지사의 ‘결심’에는 범여권의 압박과 권유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의 합류를 재촉했고, 문희상 전 의장도 힘을 보탰다. 지난 24일에는 손 전 지사에게 매우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인태 의원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손 전 지사의 참모는 “(이런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바깥에 있게 되면 ‘너는 네 세력만 불리며 이삭줍기 하냐’는 얘기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참모는 “몸을 담근 이상 메뉴를 골라 먹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범여권 합류로 국민경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적 기반을 넓혀나가는 한편, 탈당파 의원들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합류로 대통합의 한 축에 서게 됐지만, 넘어야 할 ‘고개’도 뚜렷해졌다. 한나라당 13년의 행적과 탈당 명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손학규가 언제부터 범여권이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범여권에는 의외로 많다. 손 전 지사는 이들에게 범여권 합류의 명분과 정당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범여권으로 순조롭게 넘어오고, 대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행적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대선후보 결정까지 정통성·행보 싸고 논란 일듯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3개월 남짓 만에 범여권행을 택했다. 예상보다 조금 이른 선택이다. 대통합의 명분을 들고 범여권 대선 후보의 지위를 굳히려는 포석이지만, ‘운동권→한나라당 입당→탈당→범여권 합류’로 이어지는 행적에는 도덕성 논란을 부를 여울목이 많다. 손 전 지사는 25일 아침 참모진 회의에서 범여권 합류를 전격 발표하면서 “진흙탕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자신의 진영에 참여한 김부겸 의원 등을 맞은 자리에서는 “범여권 통합을 위해 불쏘시개나 밀알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흙탕’ ‘불쏘시개’ 등의 단어를 사용했지만, 손 전 지사의 표정은 환했다. 그의 범여권행은 ‘시기’만 문제였을 뿐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제3 후보’로 대선을 치를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선택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엔 전국적인 지지세와 명분이 부족했다. 역대 대선에서 ‘제3 후보’가 성공한 적도 없다. 선택의 시기가 ‘지금’이 된 것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독자세력화(선진평화연대)의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환영받으며 범여권에 합류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론자들은 27일로 예고된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소통합’으로 동력이 소진되어 가는 상황에서 유력한 원군을 만난 셈이 됐다. 손 전 지사의 ‘결심’에는 범여권의 압박과 권유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의 합류를 재촉했고, 문희상 전 의장도 힘을 보탰다. 지난 24일에는 손 전 지사에게 매우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인태 의원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손 전 지사의 참모는 “(이런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바깥에 있게 되면 ‘너는 네 세력만 불리며 이삭줍기 하냐’는 얘기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참모는 “몸을 담근 이상 메뉴를 골라 먹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범여권 합류로 국민경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적 기반을 넓혀나가는 한편, 탈당파 의원들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합류로 대통합의 한 축에 서게 됐지만, 넘어야 할 ‘고개’도 뚜렷해졌다. 한나라당 13년의 행적과 탈당 명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손학규가 언제부터 범여권이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범여권에는 의외로 많다. 손 전 지사는 이들에게 범여권 합류의 명분과 정당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범여권으로 순조롭게 넘어오고, 대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행적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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