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서 열린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회 발대식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모습을 박근혜 전 대표가 지켜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박근혜쪽 “이명박 시장때 개발정보 미리 얻었을 가능성”
이후보쪽 “검증위에 일임” 맞대응 자제
이후보쪽 “검증위에 일임” 맞대응 자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쪽이 26일 또다시 충돌했다. 전날 저녁, 강재섭 대표의 주선으로 두 후보가 서울 여의도 고깃집에서 만나 ‘화합의 소주잔’을 기울인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포문은 박근혜 후보 쪽이 열었다. 박 후보 쪽의 이혜훈 대변인은 25일 발매된 <일요신문> 기사를 토대로 이명박 후보가 실제 소유주라는 설이 돌고 있는 ㈜다스 계열사의 권력형 개발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다스는 이 전 시장의 처남과 친형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자동차 시트프레임 납품업체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이 애초엔 뉴타운 개발 예정지에서 빠져 있던 땅을 싼값에 사들인 직후, 부근 지역이 개발 예정지에 포함됐다. 이곳에 지은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 천호’의 분양 수익만 250억원에 이르는 떼돈을 벌었다는 게 사건의 요지”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권력형 개발비리”라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브라운스톤 천호’는 뉴타운 개발 예정지는 아니지만 개발 예정지에 바로 인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신문>은 다스가 2003년 5월 홍은프레닝을 인수한 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천호사거리 근처 땅을 사들였고, 서울시는 같은해 11월 이 인근을 2차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또 다스가 홍은프레닝을 인수하면서 이 후보의 대학동기인 안순용씨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후보 총무팀장을 맡았던 김백준씨를 각각 대표와 감사로 등재했다고 보도했다.
이혜훈 대변인은 “다스가 서울시 개발정보를 사전에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은 또 다스의 소유주와는 무관한 이 후보 최측근들이 홍은프레닝의 대표이사와 감사로 선임된 사실을 들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 아니냐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다스는 보도자료를 내어 “해당 지역은 뉴타운 지역도 아닌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부동산(주상복합건물)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다스 역시 이명박 후보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경영되는 회사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다스가 부동산에 투자한 배경에 관해서는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한 사업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쪽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 측근들이 홍은프레닝의 주요 임원에 선임된 까닭에 대해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안순용씨가 평소 알던 사이이며, 김백준씨는 안씨의 부탁으로 잠시 도와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후보 쪽은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맞대응해 공방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는 “신문 잡지에 실린 내용을 갖고 바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을 당 검증위에 맡기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이 후보 쪽은 포용의 모양새를 부각하며 검증 국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후보는 “우리 캠프에서 당 윤리위에 제소한 모든 건을 취하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 쪽의 자제를 에둘러 당부한 것이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친형과 처남이 최대 주주인 ㈜다스와 관련된 서울 성내동 천호네거리의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 천호’. 다스의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은 서울시의 강동 뉴타운 발표가 있기 6달 전인 2003년 5월 이곳을 매입해 서울지하철 5-8호선 천호역과 연결된 지하 7층, 지상 15층의 건물을 지었다.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7월 입주 예정이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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