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씨 등 3명 “전 포철회장에게 들어”
김만제 전 회장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인
김만제 전 회장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이명박 후보가 1993년 무렵 김만제 당시 포철 회장에게 (차명 재산인) 도곡동 땅을 사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얘기를 처음 했다는 김만제 전 회장은 발언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현장에 있었던 박종근 의원 등은 서 전 대표의 말을 뒷받침했다. 서 전 대표와 김 전 회장은 모두 박근혜 후보 캠프 인사들인데,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을 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박 후보 캠프 상임고문인 서 전 대표는 3일 인천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형님과 처남이 도곡동에 1983평의 좋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가) 국회의원 재임 시절인 93년 또는 94년 포항제철(현재의 포스코) 회장을 세 번이나 찾아가 ‘(이 땅이) 내 땅인데 포철이 사주십시오’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만제) 포철 전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6월7일 운동(골프)을 하면서 (김 전 회장이) 서너 차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이) ‘이명박이 자기 땅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포철과 계약한 것을 보니 (땅 주인이) 자기 형님과 처남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서 전 대표가 김 전 회장과 골프를 같이 칠 때엔 박종근 의원과 황병태 전 의원이 동행했다. 황병태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이 끝나고 저녁자리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 후보가 김만제 전 회장 재직 시절 몇 번 찾아와서 도곡동에 있는 땅을 사달라고 했단다. 이왕이면 사주자고 해서 사줬는데, 나중에 서류를 봤더니 (땅 주인이) 이 후보 이름이 아니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자꾸 (사달라고) 졸랐나 본데, 자연히 김 전 회장으로선 이 후보 땅인 줄 알고 샀을 것이다. 안 그러면 왜 (이 후보가) 남의 땅을 사 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박종근 의원도 “김만제 전 회장이 ‘회장 재직 때 이명박 후보가 몇 차례 찾아와 도곡동에 있는 땅을 사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 같다”며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러나 정작 발언 당사자인 김만제 전 회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서 전 대표가 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가 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다. 나도 박 후보를 돕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알면 내가 앞장서 떠들고 다녔어야 맞지 않겠는가”라며 “들통날 게 뻔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철에서 땅을 살 당시 그 땅은 이미 부동산 시장에 나와 있었고, 이명박 후보가 그런 부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김 전 회장의 부인 발언이 나온 뒤 “김 전 회장이 입장이 난처해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며 거듭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역시 “서 전 대표가 답답하다. 사실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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