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지난 1975년 의문사한 고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 김희숙(82)씨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집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의문사한 고 장준하 유족 찾아 장미 선물
부인 김희숙씨 “다시는 우는 사람 없도록”
부인 김희숙씨 “다시는 우는 사람 없도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맞서다 의문사를 당한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찾았다. 과거사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만남은 박 후보 쪽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장 선생의 장남과 친분이 있는 서청원 전 대표를 통해 미리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장 선생의 부인인 김희숙(82)씨가 살고 있는 서울 일원동 아파트를 찾았다. 광복군 출신인 장준하 선생은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해 박정희 정권과 맞서다 75년에 의문사한 대표적인 재야 민주인사다.
박 후보는 “장준하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뒤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시고 얼마나 고통스러우셨느냐”고 위로를 건넸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정치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셨고 방법은 달랐지만 두 분 모두 항상 개인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셨다”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게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손수 적은 메모를 보며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그 보상은 진정한 민주국가 안착에 매진하는 것으로 해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정치적 목적에 따른 거짓 사과가 아니라 진정한 애국애족의 고민에서 나온 한 정치인의 마음의 표현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는 과거지만 다시는 우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40여분 동안 이어진 만남의 말미에 박 후보의 손을 잡고 “딸처럼 여길테니 정치하다 하소연할 데가 없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말했고 박 후보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사과의 의미가 담긴 흰색과 빨간색 장미다발을 선물했고, 김씨는 장 선생의 자서전인 ‘돌베게’를 선물했다. 이날 만남엔 박 후보와 김씨를 포함해 서청원 전 대표, 이혜훈 대변인, 김씨의 며느리 등이 함께 했다.
이날 만남은 박 후보가 지난달 11일 출마선언 당시 밝혔던 과거와의 화해를 실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캠프에선 유신에 반대하다 의문사를 당한 고 최종길 서울대 법학과 교수 유족이나 전태일 열사 유족, 인혁당 희생자 유족 등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하지만 일각에선 박 후보의 화해가 엄정한 과거사 재평가보다는 두루뭉술한 화합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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