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오른쪽)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축하인사를 하러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는 박 후보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왼쪽)에게 말을 걸고 있다. 가운데는 박 후보 캠프의 서청원 상임고문.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초본 유출’ 개입 홍윤식씨 놓고 공방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은 16일, 이 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박근혜 후보 진영의 홍윤식씨가 관여한 데 대해 박 후보 쪽과 범여권의 연계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 쪽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양쪽의 공수가 뒤바뀐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박 후보 쪽 인사가 연루된 게) 믿기지 않는다.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삼갔다. 배후가 박 후보 쪽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도 “다음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자. 뭘 미리 당겨서 생각하고 그러냐”고 말했다.
하지만 참모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박 후보가 직접 해명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장광근 대변인은 김혁규 의원 쪽이 확보한 초본과 홍씨가 받은 초본이 같은 날 발급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만약 같은 서류임이 드러난다면 이는 야당이 집권세력과 연계해 야합 공작을 벌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쪽은 특히 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입주한 여의도 엔빅스 건물이 홍윤식씨 처남인 정아무개씨 소유인 점을 들어, “홍씨의 단독 행동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박근혜 후보 쪽은 말을 아낀 채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곧두세웠다. 악재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박 후보는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물음에 “경과를 알아보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박 후보가 어제(15일) 사안을 보고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아무리 외곽조직에 있지만 왜 정도를 걷지 않느냐’며 경악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 후보 쪽이 박 후보의 직접 해명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묵묵부답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박 후보 쪽은 홍씨가 최근 대외협력위 전문가네트워크 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며 홍씨와의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박 후보 쪽은 홍씨 처남의 건물에 선대위 사무실을 둔 데 대해선 “지난해 8월30일 계약을 했고 두어달 뒤에야 정씨가 홍씨의 처남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성연철 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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