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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근혜 “미안하다…자제하자…”

등록 2007-08-21 18:52수정 2007-08-22 00:14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 진영 인사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유정복 비서실장이(뒷줄 오른쪽 두번째) 전하는 박 후보의 메시지를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 진영 인사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유정복 비서실장이(뒷줄 오른쪽 두번째) 전하는 박 후보의 메시지를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택 찾은 참모들 눈물짖자 “제가 많은 남자들 울렸네요”
캠프 마지막회의 침통…“10~11월께 기회올 것” 서로 위로도
전날 전당대회에서 아쉽게 진 박근혜 후보 진영 사람들이 맞는 21일 아침은 무거웠다.

허한 가슴을 달래느라 마신 술탓도 있지만 패배의 아픔은 하룻밤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1년 넘게 새벽 출근을 했던 실무자들은 이날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여의도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수고했다’며 내미는 손끝에는 모두들 힘이 빠져 있었다.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서둘러 짐을 싸기도 했다.

한 참모는 “대학입시에 떨어진 느낌이다. 집에 가니 집사람이 멍하니 보고만 있더라”고 말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 등은 실무자들에게 “고생했다. 미안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 와중에 사무실에 있던 일부 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는 무효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10시30분, 박 후보를 지지했던 전국 당협위원장이 모이는 마지막 회의가 열렸다. 70여명이 함께 했다. 유정복 비서실장은 박근혜 후보의 당부를 전했다. “어제 저녁에 (박 후보 댁을) 방문했다. 후보께서 ‘헌신적으로 애써 주셔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했다. 오늘 아침에는 이름까지 거명해 가면서 ‘너무 고생들 많이 하셨다. 전당대회에서 진심으로 말했으니 혹여 우리 식구들이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유 실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승민, 유기준 의원과 이정현 대변인 등은 창가로 가더니 등을 돌린 채 눈물을 훔쳤다. 주요 간부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자고 당부했다.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백의종군하겠다는 후보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오늘부로 캠프 문을 닫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아직도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연연하며 애통한 심정을 토로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그러나 아쉬움을 털고 승복하는 것이 박 후보가 진정 바라는 것”이라고 지지자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캠프 안에선 여전히 원통함이 가라앉지 않았다. 회의에선 ‘똘똘 뭉치자’는 발언이 잇따랐다. 안병훈 선대위원장은 “앞으로 똘똘 뭉쳐서 박근혜 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되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고문도 “결코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 후보는 정치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더 큰일을 하도록 힘을 보태자”고 결의를 다졌다.

아쉬움을 달래는 수준을 넘어서는 말도 있었다. 한 참모는 “여권이 이 후보의 의혹을 집중 공격하면 10∼11월께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할 것”이라며 “후보 교체론이 나오는 등 기회는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당협위원장은 “이미 이 후보 쪽이 우리 쪽 조직 접수에 나섰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해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삼성동 집에 머물렀다. 애초 이날 오전 사무실을 찾아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홍사덕, 안병훈 공동 선대위원장과 박종근, 김기춘 의원 등 의원 40여명이 오후 자택을 찾아 1시간 가량 경선 과정의 일화를 말하며 박 후보를 위로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곽성문, 심재엽 의원 등 몇몇 남성 의원들이 눈물을 쏟자 “제가 많은 남자들을 울렸네요”라며 농담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당분간 집에서 쉬면서 정국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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