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들으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나라당 경선 기간 내내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하는 데 최전방에 섰던 양쪽 의원들이 27일 강재섭 대표가 마련한 ‘화합의 오찬’에 참석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 모임에는 이 후보 쪽 정두언·박형준·주호영·진수희 의원과 박 전 대표 쪽 곽성문·유승민·유정복·최경환·이혜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한 이들은 대변인, 비서실장, 상황실장, 정책총괄 등을 맡았던 핵심들로 양 진영의 날선 공격수들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서로 팔을 걸어 폭탄주를 마시고 농담을 나눴다고 강성만 부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오가는 농담 가운데 박힌 ‘가시’는 숨기지 못했다. 곽성문 의원은 “반성문을 쓰라고 하면 쓰겠다”면서도 “그러나 마치 전리품 챙기듯 해서야 되겠냐. 이긴 쪽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 쪽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쪽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 쪽 의원들은 곽 의원의 ‘관용’ 발언에 특별한 대꾸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박형준 의원이 “다른 것을 떠나서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캠페인(선거운동)만큼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예전 같으면 진 쪽은 한강 모래사장에 앉고 이긴 쪽에서 망나니가 큰칼을 들고 ‘후후’ 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최경환 의원은 “누가 그 망나니 역할을 하느냐. 정두언이 하느냐. 오늘부터 해 봐라”고 맞받았다. “오늘 모임에 왜 나는 안 불렀느냐는 분들도 있다”는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의 말에, 이혜훈 의원은 “‘살생부 5인방’을 기준으로 한 것 아니냐”고 맞받기도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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