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 첫 회의를 주재하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한나라당 ‘NLL’ 날선 공방
‘자신감 있다’ 공세
국방회담 깉트기도 청와대는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적극 옹호하며 한나라당 공세가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원내대표 초청 간담회 발언록을 뒤늦게 공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노 대통령에게 먼저 “헌법과 배치될 수 있는 엔엘엘 문제에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엔엘엘은 헌법이 규정한 영토 개념이 아니다”라는 노 대통령 발언은 강 대표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엔엘엘 설정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했다. 또 북한이 제안하고 싶어 하는 엔엘엘 문제에서 우리가 먼저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제안해 평화지도를 그리자는 전략을 말했음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엔엘엘은 정전협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엔사가 우리 (해군의) 해상 초계활동 제한을 위해 1953년 선포한 선이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계속 논의해 다시 정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고려한 것이고 지금도 이런 합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노태우 대통령 집권 시절에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또 “엔엘엘은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며, (남북 간에) 어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선을 확고히 지킨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한나라당 공세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거나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반격은, 노 대통령 발언이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나름의 자신감 위에 서 있다. 여기에 11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방장관 회담의 핵심 쟁점인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노 대통령 발언을 엔엘엘에 대한 양보로 왜곡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남북 합의서에 근거한 대응 원칙을 밝히며 엔엘엘 논의를 뒤로 미루고 그 위에 평화의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북한에 엔엘엘을 양보하려 한다는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공격은 정치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국보법 같은 사안”
‘쟁점돼도 득’ 판단 한나라당은 12일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이 영토선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란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문제의 정치쟁점화를 적극적으로 꾀했다. 강재섭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대통령이 느닷없이 엔엘엘에 대해 이상한 말을 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이럴 수 있느냐”며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정신이 계시는 분인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노 대통령 발언을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수류탄’으로 규정하고 “대선 정국에서 또다른 갈라치기를 노리고 수류탄을 던졌다면 이는 근본적인 오산이다. 이 수류탄도 대연정 제안 때처럼 청와대와 여권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후보도 “현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엔엘엘에 대해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 앞으로 남북 간 많은 협상이 있을 텐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엔 정치적 당위와 계산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엔엘엘 문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엔엘엘 문제는 국가보안법처럼 당이 물러서서는 안 될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당으로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할 핵심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이 사안이 대선 쟁점화돼도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엔엘엘 발언 속에 ‘이념적 편가르기’라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파악한다. 그럼에도 ‘맞대응’에 나선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국민 대부분이 엔엘엘을 엄연한 영토선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여론이 ‘평화 대 비평화 세력’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외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쌓은 지지율을 까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비판을 해도 ‘이명박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한 조사를 보니 대선에서 남북문제가 미칠 영향력은 14%인 반면 경제 문제는 31%나 되더라.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엔엘엘 문제에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공세적으로 나갈 방침이다. 김재원 정보위원장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오던 영토에 대해 노 대통령이 북한에 굴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계속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국방회담 깉트기도 청와대는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적극 옹호하며 한나라당 공세가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원내대표 초청 간담회 발언록을 뒤늦게 공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노 대통령에게 먼저 “헌법과 배치될 수 있는 엔엘엘 문제에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엔엘엘은 헌법이 규정한 영토 개념이 아니다”라는 노 대통령 발언은 강 대표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엔엘엘 설정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했다. 또 북한이 제안하고 싶어 하는 엔엘엘 문제에서 우리가 먼저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제안해 평화지도를 그리자는 전략을 말했음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엔엘엘은 정전협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엔사가 우리 (해군의) 해상 초계활동 제한을 위해 1953년 선포한 선이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계속 논의해 다시 정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고려한 것이고 지금도 이런 합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노태우 대통령 집권 시절에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또 “엔엘엘은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며, (남북 간에) 어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선을 확고히 지킨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한나라당 공세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거나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반격은, 노 대통령 발언이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나름의 자신감 위에 서 있다. 여기에 11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방장관 회담의 핵심 쟁점인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노 대통령 발언을 엔엘엘에 대한 양보로 왜곡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남북 합의서에 근거한 대응 원칙을 밝히며 엔엘엘 논의를 뒤로 미루고 그 위에 평화의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북한에 엔엘엘을 양보하려 한다는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공격은 정치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등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 후보,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김태형 기자.
‘쟁점돼도 득’ 판단 한나라당은 12일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이 영토선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란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문제의 정치쟁점화를 적극적으로 꾀했다. 강재섭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대통령이 느닷없이 엔엘엘에 대해 이상한 말을 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이럴 수 있느냐”며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정신이 계시는 분인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노 대통령 발언을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수류탄’으로 규정하고 “대선 정국에서 또다른 갈라치기를 노리고 수류탄을 던졌다면 이는 근본적인 오산이다. 이 수류탄도 대연정 제안 때처럼 청와대와 여권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후보도 “현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엔엘엘에 대해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 앞으로 남북 간 많은 협상이 있을 텐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엔 정치적 당위와 계산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엔엘엘 문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엔엘엘 문제는 국가보안법처럼 당이 물러서서는 안 될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당으로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할 핵심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이 사안이 대선 쟁점화돼도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엔엘엘 발언 속에 ‘이념적 편가르기’라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파악한다. 그럼에도 ‘맞대응’에 나선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국민 대부분이 엔엘엘을 엄연한 영토선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여론이 ‘평화 대 비평화 세력’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외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쌓은 지지율을 까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비판을 해도 ‘이명박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한 조사를 보니 대선에서 남북문제가 미칠 영향력은 14%인 반면 경제 문제는 31%나 되더라.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엔엘엘 문제에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공세적으로 나갈 방침이다. 김재원 정보위원장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오던 영토에 대해 노 대통령이 북한에 굴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계속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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