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머물며 출마명분 찾는 이회창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4일에도 지방에 머물며 장고를 계속했다. 지난 2일 “친척집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지 사흘째다.
이 전 총재를 수행하고 있는 이채관 보좌관은 “지금 이 전 총재는 서울에서 2시간30분 정도 떨어진 지방의 친척집에 머물고 있고 수발을 돕는 사람 한 명 말고는 내외분만 있다”며 “고민이 더 커지면서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4일)은 서울에 가지 않는다. 언제 상경할지 모르겠다”며 “즉시 준비할 수 있으니 상경하는 날 바로 국민담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재 시절의 한 핵심 측근도 “이 전 총재가 제대로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한때 불출마도 고려했지만,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대선잔금 사용처 공개’ 발언 이후 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흥주 특보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 특보는 이날 “3일 밤 이 전 총재와 통화할 때, 이명박 후보 임태희 비서실장의 ‘계신 곳을 알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이 전 총재는 ‘알았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일에도 이흥주 특보로부터 ‘이명박 후보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보고를 들었으나 “지방에 있어 여의치 않다”며 거절했다.
이 특보는 “모든 가능한 대안을 다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목소리는 담담하고 자신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안으로는 국민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고민이 길어지는 데엔 ‘설득력 있는 명분 찾기’가 가장 큰 요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떼기’의 상흔이 있는 상태에서 올해 초 불출마 선언을 뒤집고 ‘대권 3수’에 나서는 만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이유를 내세워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흥주 특보는 “보수 진영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이 전 총재의 고민이 오래가는 것도 그런 부분이며 이게 고뇌의 중심에 있는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방문 등 출마를 말리려는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아예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채관 보좌관은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 (대국민 담화에) 임박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회창 전 총재의 서울 남대문 사무실엔 이흥주 특보와 구범회 전 언론특보, 최형철 호원대 교수 등 측근들이 회의를 하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한나라당 중앙위원 등 지지자들도 꾸준히 드나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촉구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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