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자택을 세번째로 방문했지만, 외출 중인 박 전 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문전박대 당해도 지지층 맘 두드릴 수 있다”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듯…박쪽 “너무 늦었다” 요지부동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듯…박쪽 “너무 늦었다” 요지부동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선거 하루 전날인 18일에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구애’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선거기간 중 세번째로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표 자택을 찾았다. 유세 일정을 쪼개 오후 6시40분께 박 전 대표 자택을 찾았지만 이번에도 만남은 불발됐다. 박 전 대표는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한 상황이었다. 이 후보는 50분 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7시35분께 발길을 돌렸다. 지난 14일, 17일 밤에 이은 ‘삼고초려’인 셈이다. 한 측근은 “출마 선언 전인 10월25일(10·26 하루 전날) 이미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난을 보내며 측근을 통해 함께 정치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 선거대책사무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박 전 대표와의 공동정부 구성을 전격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의 최한수 정무특보는 “공동정부에서 대통령은 외교안보와 통일 분야만 관장하고 그외 모든 국정운영은 박 전 대표가 책임지며, 집권여당의 대표 자리도 함께 맡게 된다”고 구체적인 제안 내용도 밝혔다.
이 후보 진영의 허성우 정무특보는 “박 전 대표는 25%의 고정 지지층을 지닌 사람이다. 그의 지지선언은 이 후보에겐 당선이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한 참모는 “보수신당 창당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참여한다면 신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히 커진다”고 말했다. 캠프에선 이 후보가 ‘문전박대’를 당해도 박 전 대표 지지층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뒤에도 박 전 대표를 향한 구애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견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쪽은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태도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지금 밀어줘도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불투명한데다, 박 전 대표의 이미지만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자기 손발을 묶었다”며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를 해왔는데 막판에 ‘이명박 동영상’ 하나 때문에 돌아서는 건 스스로의 원칙과 일관성을 버리는 것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신뢰감 부족도 한 원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이회창 후보가 크게 착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박 전 대표가 권력분점 등의 이해관계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 또 하나는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에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계속 술렁거린다. 한 측근 인사는 “나라의 미래에 관한 대의보다는 경선규칙 준수란 소의에 집착하는 박 전 대표의 원칙에 대해 회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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