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분리’ 논란 언급 회피…숨고르기인 듯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21일 예민한 사안인 ‘당청 분리’를 건드렸는데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3일에도 계속 침묵했다. 측근들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당 개혁의 첫번째 과제로 당청 분리를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탈당까지 감행했던 그로선 다소 이례적인 침묵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선 당청 분리 원칙을 지키려 당 대표직에서 조기에 물러나기도 했다.
측근들은 그가 시기를 고르고 있다고 말한다. 한 측근 의원은 “당청 분리는 박 전 대표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지만 대선 직후인 지금 목소리른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밥그릇 싸움 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차피 총선을 앞두고 대결이 불가피한 만큼 당장은 그냥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박 전 부의장의 말에 이 당선자 의중이 담긴 것인지 좀더 파악하려는 신중함도 들어 있는 것 같다. 한 영남지역 초선 의원은 “이 당선자가 직접 말한 것이라면 당장 반발했겠지만 박 전 부의장의 말 정도로 발끈하는 것은 성급하고 격에도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가 지난 21일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과정에서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 당선자가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해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선자가 ‘당청 분리’ 논란에 대해,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해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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