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당 행사는 물론 국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근혜‘ 항거성 발언’…‘공천’ 싸고 충돌 조짐
박근혜쪽 “공천연기는 박근혜 고사 작전” 판단
이 당선자쪽 “계파 이해만 치중…내부혼란”
박근혜쪽 “공천연기는 박근혜 고사 작전” 판단
이 당선자쪽 “계파 이해만 치중…내부혼란”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공천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이란 점에서 조기 점화된 면이 있다. 공천 연기 주장은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 먼저 나왔다. 이 당선자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28일 “2월 초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문제(총리, 장관 인사청문회)도 있고, 여권 상황이 정비된 뒤에 공천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공천준비위 등이 발족하면 모든 이슈가 공천에 밀린다”며 “공천을 늦춰도 되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은 이 당선자 쪽이 주장하는 ‘공천 연기=자파 배제 밀실 공천’이라고 판단한다. 한 측근 의원은 “공천을 늦춘다는 것은 자기네들끼리 미리 밀실에서 공천 작업을 다 해놓은 뒤 공천심사위원회에선 요식행위만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친박’(친 박근혜) 진영을 배제하려는 하나의 꼼수”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안 줘 무소속이나 이회창 신당으로도 출마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 당선자 쪽의 한 핵심 측근도 “괜히 공천을 빨리하면 이회창 신당을 키워주고 당내 분열이 빨라질 수 있다. 최대한 늦춰 붙잡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반대파 숙청 의도’ ‘오만의 극치’라는 반응도 보였다. 또다른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 등이 아닌 이 당선자의 측근들이 공식 절차를 무시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에 관해 사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당선자에게 경고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그동안은 꾹 참은 끝에 나온 말”이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쪽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 공천 심사위원회는 1월 말쯤 예정대로 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쪽의 한 측근 의원은 “새 대통령 취임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집안싸움을 하자는 꼴”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곧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가 회동할 것으로 보여 여기서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곧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