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자극 설익은 정책 발표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한나라당이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과욕’에 경고를 보냈다. 영어 공교육 강화와 통신요금 인하 포기 등 민심을 자극한 인수위의 설익은 정책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다.
전재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수위가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하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며 “그런데도 의욕이 앞서 영어 공교육 강화, 통신요금 인하 같이 장관이 새로 취임해 조정 발표해야 할 정책을 마치 인수위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수위는 현재 정부 정책 중 계승·발전 시킬 것, 당선자 공약 이행과정에서 챙겨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차분히 다음 정부 각료에게 넘기는 게 국가를 위해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대표도 전재희 최고위원의 말이 “당의 입장”이라며 맞장구 쳤다. 강 대표는 “인수위가 아주 신중하고 겸손하게 좀더 차분하게 일해 해줬으면 한다. 오버하면 반발이 일어난다”며 “정책 집행까지 다 책임지는 행정부 구실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그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수위가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인수위는 당이 잡아온 고기를 인수받아 공판장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공판장에 가면 다시 당이 그걸 국민에게 팔 것”이라고도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인수위의 과속에 대한 당 안팎의 걱정을 전한 것”이라며 “인수위와 달리 4월 총선을 치러야하는 당으로선 민심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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