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호 의원(마이크 앞에 선 이) 등 통합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과 여성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여성부 축소존치를 규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예산도 예전의 10%…여성단체 “사실상 폐지” 반발
핵심업무인 보육과 가족 정책을 보건복지부에 이관하게 된 여성가족부를 두고 “사실상의 폐지”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여성 국회의원 17명과 한국여성단체연합 간부들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 없는 여성부 축소 존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정책의 핵심은 보육·가족업무”라며 “이번 여·야 정부조직개편 합의는 여성부 존치가 아니라 폐지”라고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성부는 지난 2001년 여성정책 기획을 목표로 직원 102명의 작은 부처로 출범했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업무를 넘겨받아 2005년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관련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해당 업무를 통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결과로 여성가족부는 부처 명칭에서 ‘가족’을 뗀 ‘여성부’가 됐다. 이에 따라 보육과 가족 정책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면 2개 ‘국’과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옮아가고, 몇십명만 남는다. 과거 여성 담당 정무장관실과 비교해 크게 나을 게 없다.
남는 업무는 양성평등과 여성인력개발, 권익증진 등 ‘상징성’ 위주 영역 뿐이다. 예산도 2007년 기준으로 총액 1조1천379억원 중 1조869억원이 보육·가족 업무에 할당되었으니, 20분의 1 정도만 남는 셈이다. 보육과 가족정책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다루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가족부는 애초 기존 직무를 유지한 채, 청소년위원회를 끌어와 통합하는 방안을 기대했다. 양성평등 정책을 가족·보육·청소년에까지 폭넓게 적용하는 잇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은 거꾸로 되었다.
여성부는 이로써 여성문제를 ‘떠들’ 수 있을진 몰라도, 정책실현 수단은 거의 없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결과는 여성권익을 적지 않게 후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여성부를 존치시켰다는 ‘흉내’는 내되, 실효성은 없는 눈가림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20일 저녁 성명을 내어 “개편 논의 과정에서 차기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한낱 정치적 협상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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