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홍·박은경 교체 안팎
청와대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전격적으로 사퇴시킨 27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전날 밤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26일 밤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자 류우익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 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밤 9시께 소집돼 다음날 새벽 1시를 넘겨 네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던 남 후보자와 박 후보자 처리 문제가 핵심 주제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는 청문회 뒤 판단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대로 밀고 가면 민주당의 청문회 거부 등으로 국정공백을 생길 터이므로 이를 막으려면 빨리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고 말했다. 회의 도중 한나라당의 사퇴 건의 의견도 전달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26일 저녁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사퇴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런 내용이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27일 이른 아침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전날 당 지도부의 사퇴 의견을 들은 이 대통령이 새벽에 연락해 이들을 부른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아침 7시30분 청와대에서 강 대표 등과 조찬회동을 했다”며 “한시간 반 정도 이어진 회동에서 당 쪽은 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완곡하게 지적하며 자신 사퇴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고심을 거듭하던 이 대통령의 마음은 이때 결정적으로 장관 후보자 사퇴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오전엔 다시 당내 강경 보수인 김용갑 의원이 나서 “도덕성의 하자 말고도 국가관이 결여돼 있으며, 불법과 탈법 등 비리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며 남 후보자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오후 4시 이동관 대변인은 “오전 중 남 후보자와 박 후보자 본인이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용퇴 의사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번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같은 형식이었다. 앞서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오후 3시께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이 대통령을 수행하며 기자들에게 “굿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두 후보자 사퇴를 암시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퇴를 만류하지는 않았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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