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마땐 정면승부 고려
당분간 국정경험 축적도 숙고
당분간 국정경험 축적도 숙고
4·9총선에서 낙선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이 의원의 선택은 당내 역학 구도와 직결된다. 낙선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지닌 친 이명박 진영의 좌장으로 당내 박근혜 진영의 대척점에 서 있는 까닭이다.
이 의원의 고민은 박근혜 전 대표의 7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맞닿아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가 7월에 치러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 자신이 나서 ‘건곤일척’을 벌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이 의원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친 이명박 진영에서 박 전 대표와 맞서 싸울 중량감있는 ‘장수’가 마땅하지 않은 현실이 이 의원을 장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주변 사람들은 “어차피 당권을 두고 한번은 박 전 대표와 정면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다. 당권을 거저 박 전 대표에게 넘길 것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 의원이 나가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는 “같은 당에서 티격태격하며 어정쩡하게 같이 가는 상황은 끝내는 게 옳다.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조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4월 임시국회 뒤 6월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박근혜 변수’ 탓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재충전을 한 뒤 다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는 충고도 만만치 않다. 한 수도권 측근은 “당내 헤게모니 싸움보다는 특임 대사 등 차기 주자로서 국정 경험을 쌓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정치 1선에서 물러나 있다가 복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 서울 지역 당선자도 “지금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 계의 중심 구실을 내세우며 나설 이유가 없다. 지금은 물러서 포용하고 화합하는 이미지를 쌓아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오 의원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장고하고 있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지역구에 낙선 인사를 마친 뒤 다음 주부터는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