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청장 후보 지지도 추이
민주당에 1만여표차로 무릎
“장관 고시이후 상황 급변”
선거판세 쇠고기민심과 일치
“장관 고시이후 상황 급변”
선거판세 쇠고기민심과 일치
“총선 뒤 불과 한달여 만에 민심이 급변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경이다.”
6·4 재보궐 서울 강동구청장 선거에서 이해식 통합민주당 후보에게 1만1천여표차로 진 박명현 한나라당 후보 쪽 회계 담당자는 망연자실해 했다. ‘민심 쓰나미’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불가항력”이란 말만 되뇌었다. 그는 “쇠고기가 모든 것을 쓸어갔다”고 했다. 강동구는 1998년 선거 이래 10년 동안 내리 한나라당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되어온 곳이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로 관심을 모았던 강동구청장 선거의 판세는 쇠고기 민심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나라당은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를 통해 이 지역에서 5월 21, 24, 28일과 6월2일 등 총 4차례 내부 여론조사를 벌였다. 한 당 관계자는 “21일 1차 조사에선 민주당이 5% 포인트 정도 앞서다가 24일 2차 조사에선 한나라당이 2% 포인트 정도 역전을 시켰다. 그런데 그 뒤 28일 조사에선 8% 포인트로 크게 재역전당한 뒤 마지막 조사에선 13%포인트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조사의 적극 투표층에선 20% 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민주당 쪽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5월 말까지 2%포인트 안팎의 각축을 벌였지만, 6월2일과 3일 조사에선 각각 41.8% 대 30.5%, 45.5% 대 33.7%로 민주당 이해식 당선자가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 당선자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운 5월말은 쇠고기 민심이 한창 에스컬레이트되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는 5월29일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담은 장관 고시를 확정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에 방점을 둔 대국민 사과 일주일 만이었다. 6월1일엔, 경찰이 물대포를 쏴 촛불시위 과잉진압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앞서 5월25일엔 경찰이 시위대에 물리력을 사용했다.
한나라당 박 후보 쪽의 기획 책임자는 “초반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시절 청계천복원 기획단장을 했던 박 후보의 경력을 내세운 게 먹혔다”며 “그러나 장관고시 이후 모든 상황이 치명적으로 급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일방통행을 한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유세현장에서 욕을 했다. 이 즈음부터 지지율이 하루 2%포인트씩 빠졌다”며 “결국 투표 당일 저녁 7~8시 사이 총투표자의 10% 가까운 8000여명의 젊은 층이 무더기로 투표해버렸다”고 말했다. 그 표는 고스란히 야당한테 간 듯하다.
통합민주당 이 당선자의 박덕수 총괄팀장도 “5월25일 이후부터 분위기가 매우 호전됐고, 지난 1일 김충환(강동 갑) 한나라당 의원 쪽이 쇠고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폭언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선거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의 다른 자충수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강동구민들은 최근 6년새 4차례나 구청장 선거를 했다. 김충환, 신동우 전 구청장들이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을 위해 중도 사퇴한 탓이다. 친이-친박으로 갈라진 한나라당의 내분도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23.4%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도 조직력의 한나라당이 맥을 못춘 이유다.
낙선한 박 후보 쪽의 선거 실무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버리고 후보자 시절 국민을 섬기겠다는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앞으로 있을 선거는 100전 100패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성연철 김태규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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