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몸싸움·단상점거 없게 출석정지 등 도입해야”
민주 “야당 압박 공세” 반발…한나라서도 부정적
민주 “야당 압박 공세” 반발…한나라서도 부정적
한나라당이 야당의 실력행사를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2일 <기독교방송>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파행을 막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몸싸움이나 단상 점거가 없도록 이번 정기 국회에서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다른 곳에서는 무노동 무임금하라면서 국회만 이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는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국회 공전때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세비지급 중단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또 의원들이 법안처리를 막으려 의장석을 점거하는 것에 관해서도 “영국 의회는 의장이 독자적으로 그 자리에서 출석 정지나 권한 정지를 시킨다”며 “우리 국회도 이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전에 법사위로 넘어간 법안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도록 법사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의 국회법 개정안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에 발맞추는 듯, 이날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본회의장에 침입하거나 폭행·협박·손괴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을 의장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여야 합의라는 국회 운영 원칙과 관례를 허물고, 편의대로 운영하겠다는 다수 여당의 횡포”라며 “특히 ‘무노동 무임금’ 운운은 야당을 압박하려는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내 대표단에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일부 있다. 한 원내 부대표는 “애초 원구성 협상 과정에 반영하려 했으나 이미 원구성이 끝나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지금 이 문제를 꺼내면 극심한 야당의 반발로 국회 경색만 부를 뿐이다”며 “일하는 국회라는 당위성을 강조한 말일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원내부대표도 “국회 운영이라는 일종의 게임 규칙을 만드는 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여야의 유불리가 걸려있어 개정을 하더라도 다음 국회에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법사위 버티기로 열린우리당의 주요 정책을 좌절시킨 선례를, 민주당이 반면교사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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