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조찬을 겸한 정례회동에 배석한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명박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 전 깍득하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대통령 “박대표 중심 당 운영” 서열 확실히 정리
관리형 대표에 힘 실어줘 청와대 우위구도 굳히기
관리형 대표에 힘 실어줘 청와대 우위구도 굳히기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조찬회동의 핵심은 ‘박 대표 힘실어주기’였다.
2시간 가량 이어진 회동에 배석한 차명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당은 박희태 대표가 중심이 돼 일사불란하게 운영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차 대변인은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450여건이나 되는데 이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서도 당 대표가 원내의 국회 문제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고 챙기시라는 뜻 같았다”고 말했다.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도 “원내대책에 대한 지휘도 당 대표가 좀 신경 써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2일 이후 6주만에 만난 이 자리에서 2주에 한번씩 금요일 조찬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 대변인과 정무수석, 당의 대변인과 사무총장 등 각급 간의 당청 회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다가올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당 국회의원들이 동행하는 것도 뜻을 같이했다. 차 대변인은 “당청 소통 장치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의 1차적 의미는 박 대표가 원외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 대표임을 이 대통령이 확실히 일깨운 것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전국 민생탐방 일정 등에 치중하며 원내 문제는 주로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맡겼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간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원내외 총괄은 박 대표임을 분명히 했다. 홍 원내대표에 대해선 “당 대표가 원내대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원 아니냐”고 서열을 분명히 했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그동안 영이 안 섰던 박 대표와 다소 독단적이었던 홍 대표 등이 서로 따로 돌면서 추경 처리안 불발 등 국회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청와대가 느낀 것 같다”며 “박 대표 중심으로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은 “빨리 성과물을 내려는 조급함이 있는 청와대로선 당에 구심점을 세우지 않으면 국회의 뒷받침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여당에 대한 청와대 우위 구도는 이번 회동을 통해 더욱 굳어져가는 모양새이다. 한 재선 의원은 “사실상 청와대에서 지명하다시피 한 관리형 대표에게 힘을 더해 실어준다는 것은 청와대의 뜻을 박 대표를 통해 관철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과정과 연말 개각론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미묘한 긴장을 조성했던 홍준표 원내대표의 격을, 자연스레 떨어뜨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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