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연말께 ‘귀국 보고’ 책 발간 준비차
내각-재보선 타진속 ‘묵은 갈등 표면화’ 조짐
내각-재보선 타진속 ‘묵은 갈등 표면화’ 조짐
미국 연수 중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르면 올 연말 귀국 이삿짐을 쌀 채비에 들어간다. 객지 생활의 소회와 정치 목표를 담은 책을 펴내는 게 계기다.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이 미국 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와 향후 새로운 정치 철학과 비전 등을 엮은 이른바 ‘이재오의 신 서유견문록’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와 한국의 측근 교수들이 주축이 돼 각자 분야별로 이 전 의원이 쓴 일기와 글, 사진 등 자료를 모아 얼개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 측근은 “이 전 의원이 최근 ‘귀국할 때 쯤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귀국 보고와 함께 이재오의 새로운 정치적 방향을 알리는 책을 내야되지 않겠느냐’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 쪽은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정치무대 복귀를 알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의원 쪽은 복귀 뒤 이 의원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구상중이다. 특히 측근들은 연말 즈음으로 예상하는 이명박 정부 2기 내각 개편에 관심이 많다. 한 참모는 “2기 내각에서 과거 경제, 통일 부총리 급의 자리나 정무장관 자리가 신설된다면 이 전 의원이 적임일 수 있다. 대북 특사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도 최근 부쩍 미국 조야의 학자들과 국제 정세, 통일, 경제 분야에 관한 대화를 집중적으로 나누는 등 ‘선행 학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의원 복귀도 유력한 경우의 수다. 내각 진입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잡음을 피하면서도, 명분있게 실세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전의원을 떨어뜨린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해 검찰은 9일 이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한 측근은 “재보선이 있다면 재판 절차상 내년 4월보다는 10월일 가능성이 높다. 여론과 정치지형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도 이 전 의원 복귀 뒤를 염두에 둔 포석이 감지된다. 당에선 지난 홍준표 원내대표 사퇴론에 이재오계 의원들이 선봉에 선 것이 홍 원내대표를 견제해 이 전 의원의 입지를 확보해 두려는 계산이란 해석이 많았다.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주축이 된 선진국민연대 일부가 이 전 의원 지지로 태도를 굳혔다는 이야기도 돈다.
여권에선 ‘이재오 복귀=여권 권력재편’이라는 공식에 이의가 없다. 이 전 의원은 친이계의 강력한 구심이 될 수 있다. ‘형님’ 이상득 의원 쪽과의 알력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도 표면화할 수 있다. 친박 쪽과 대척점에 서있는 이 전 의원이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려 들면, 박 전 대표도 더는 당무에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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