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힘든 판국에…”
한나라당 안에서 다음달 10일부터 시작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에 관한 회의론이 삐져나오고 있다.
한 재선 주요당직자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농민의 분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 국정조사는 의제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금융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힘을 다른 데 쓰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정치권이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쟁 가능성이 높은 국정조사를 하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응해 국정조사에 합의는 했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야당 보다는 집권 여당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다.
국정조사 특위가 정하도록 한 쌀 직불금 불법수령 의혹 인사 명단 공개 기준은 정쟁을 예고하는 복선이란 지적도 많다. 한 영남권 의원은 “명단 공개 기준을 두고 여야가 밀고 당기기 시작하면 국정조사 기간 안에 과연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할지 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녀 사냥’식의 국정조사 변질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수도권 출신 당직자는 “쌀 직불금 문제가 제도 개선 보다는 ‘누가 은밀하게 타먹었느냐’를 찾아내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며 “제도를 조용히 손질하면 될 일이지 국정조사를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당직자 회의에선 고성의 말다툼이 오가는 등 당직자들끼리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지도부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허태열 최고위원 등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행위 당사자들이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과거 국가 원수까지 나올 필요가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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