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앞줄 오른쪽 앉은 이)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관련 논의를 하려고 연 의원총회에서 김정권 원내대변인(맨 오른쪽)·정진석 의원과 각각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한-미FTA 논란 ‘새 국면’]
‘야당과 합의’ 선회
‘야당과 합의’ 선회
‘선제 비준론’ 회의 확산…청와대도 기류변화
감세법안 예산안등 국회 난항 불가피도 의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17일 이전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던 한나라당이 하루 만에 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기류 변화는 ‘선제 비준론’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미국의 재협상 시도를 막고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는 게 과연 미국이 비준 동의를 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유승민 의원은 “우리 국회가 비준했는데 미국 의회가 하지 않으면 굴욕적 재협상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며 “지금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조기 비준 무용론을 주장했다. 조기 비준의 효과에 의문을 다는 기류는 청와대에서도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일각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를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것이 마치 미국 쪽을 압박하기 위한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세계 모든 나라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그 후에 미국이 비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회의 선비준이 미국 압박용’이라던 그동안의 정부 여당 논리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이 대통령 역시 선제 비준의 효과보다는 ‘절차 이행’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에프티에이 비준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은 연내에 혹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여당 쪽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조율하면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비준 방침 변화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당과 협의하고 있다는 말에서 알아서 상상해 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이 당의 속도 늦추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비준 동의안을 조기 상정해 처리할 경우 맞부닥칠 민주당의 반발도 의식한 것 같다. 비준 동의안 강행 처리에 나서게 되면 한나라당이 정기국회에서 중점 처리하겠다고 내세운 각종 감세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안에선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정기국회”란 인식이 강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고, 예산도 산더미처럼 밀려 있다.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안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면 이번 국회는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을 밀어붙이면 농어민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당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에 농어업 분야에 대한 한-미 에프티에이 종합 보완대책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성연철 권태호 기자 sychee@hani.co.kr
감세법안 예산안등 국회 난항 불가피도 의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17일 이전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던 한나라당이 하루 만에 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기류 변화는 ‘선제 비준론’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미국의 재협상 시도를 막고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는 게 과연 미국이 비준 동의를 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유승민 의원은 “우리 국회가 비준했는데 미국 의회가 하지 않으면 굴욕적 재협상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며 “지금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조기 비준 무용론을 주장했다. 조기 비준의 효과에 의문을 다는 기류는 청와대에서도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일각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를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것이 마치 미국 쪽을 압박하기 위한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세계 모든 나라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그 후에 미국이 비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회의 선비준이 미국 압박용’이라던 그동안의 정부 여당 논리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이 대통령 역시 선제 비준의 효과보다는 ‘절차 이행’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에프티에이 비준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은 연내에 혹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여당 쪽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조율하면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비준 방침 변화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당과 협의하고 있다는 말에서 알아서 상상해 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이 당의 속도 늦추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비준 동의안을 조기 상정해 처리할 경우 맞부닥칠 민주당의 반발도 의식한 것 같다. 비준 동의안 강행 처리에 나서게 되면 한나라당이 정기국회에서 중점 처리하겠다고 내세운 각종 감세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안에선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정기국회”란 인식이 강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고, 예산도 산더미처럼 밀려 있다.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안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면 이번 국회는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을 밀어붙이면 농어민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당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에 농어업 분야에 대한 한-미 에프티에이 종합 보완대책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성연철 권태호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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