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설전→여 “원안통과 표결”→야, 일제히 퇴장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대운하·형님예산 의혹 싸고 대립
대운하 재개로 의심받는 ‘하천정비 사업’과 포항에 투입되는 이른바 ‘형님 예산’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맞섰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10일 막바지 진통을 겪었다.
계수조정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4조7천억원이 배정된 국도 건설사업 예산을 심의하다 한때 퇴장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신규 도로 건설 사업과 진행 중인 도로 건설 사업의 구체적인 자료를 정부가 내야 올바른 심사가 가능하다”며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전병헌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최소화해서 국가채무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며 8300억원 규모의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의 교통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사철 의원)이라며 민주당과 맞섰다. 2시간 정도 설전 끝에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다수를 따라가는 방식은 옳지 않지만, 다수가 옳은 대로 못 따라가는 것도 옳지 않다”며 정부 원안 통과를 선언했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퇴장했다.
그러나 계수조정 소위는 밤늦게까지 간사단 협의를 거듭한 끝에 한나라당 3명, 민주당 2명, 자유선진당 1명 등 6인으로 구성된 소소위를 꾸려 11일까지 사회기반시설 감액규모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예산 증액 등 쟁점 사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진통의 조짐은 전날부터 있었다. 계수조정 소위는 9일 밤 11시께부터 여야 최대 쟁점이었던 국토해양부의 사회기반시설 관련 예산 심사에 들어갔으나 들머리부터 7900억원 규모의 국가하천 정비사업 예산안을 두고 여야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급하지 않은데다 대운하 추진 의혹이 있다”며 2500억원 삭감을 주장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하천정비에 거액의 예산을 쓰는 것은 재원 낭비다. 이 돈을 기술투자 등으로 돌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운하와 전혀 관계없는 홍수방지용 준설 예산”(권경석 의원)이라고 맞섰다. 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 사업 예산은 포항 영일만 공단 진입도로 예산 부분이 걸리며 역시 보류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영일만 부분 예산만 전년도 20억원에서 240억원으로 1100%나 올랐다”(우제창 의원)며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을 위한 예산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산업단지를 완공해 놓고도 도로를 내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이정현 의원)고 맞섰다.
계수조정위 심사가 더뎌지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야당의 지연술책은 옳지 않다. 12일 예산안 처리를 약속한 만큼 11일 오전까지는 계수조정 소위를 마쳐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엠비엔> 라디오 ‘정운갑의 큐앤에이’에 나와 “대운하 재추진으로 의심되는 4대강 옹벽 쌓기라든가 영향력 있는 인사의 지역에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것은 빼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6시 조금 넘어 유선호 법사위원장(민주당)에게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 일부 개정 법률안을 포함한 16개의 쟁점 법안의 심사기일을 11일 자정까지로 정해 통보했다. 김 의장은 이 법률안들이 이 ‘시한’까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12일 열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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