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2년차 위기감탓…친박 단결도 자극
정두언, 이 대통령 독대 뒤 이재오와 만나
정두언, 이 대통령 독대 뒤 이재오와 만나
한나라당내 주류이면서도 소계파 갈등 탓에 ‘모래알’이란 평을 듣던 친이명박 진영이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이자, 최근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한 친박근혜 진영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6일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뒤 9일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이재오 전 의원과 만났다. 이들은 향후 이 전 의원의 귀국 뒤 거취 문제와 정국운영 방안,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대통령 독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6월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의 권력사유화 발언 파문 뒤 여덟달 만에 처음이다. 정 의원과 동행했던 정태근 의원은 “베이징의 한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겸해 이 전 의원을 만났고, 그의 거취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으나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정 의원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심중을 알리는 전령 구실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정 의원을 통해 집권 2년차엔 함께 뭉쳐야 한다는 뜻을 이 전 의원에게 전한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가 이 대통령과 정 의원의 독대 사실을 확인해 준 것 역시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양해하겠다는 메시지를 알림으로써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등의 소계파로 나뉜 친이 진영의 결속을 도모하라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집 기류는 친이 직계들 사이에서도 읽힌다. 정두언, 강승규, 권택기, 조해진, 정태근 등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은 최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잇따라 만나며 이명박 정부 뒷받침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엔 이재오 전 의원과 긴장관계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이 당내 친이재오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모임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이런 친이계의 결속 움직임은 이대로 가다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탓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성과를 내지 않으면 이후 급격한 권력 누수와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다.
친박 진영의 단결 움직임도 자극이 된 것 같다. 최근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은 “비주류로서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두 진영은 당장 4월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와 5월 당협 위원장 교체 문제를 두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이계가 분열되어서는, 소수지만 결속력 강한 친박 진영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의 결집 움직임이 친박 진영과의 긴장도를 급격히 높일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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