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불출마 종용’ 파문
‘친이’ 정종복 낙선땐 당내 파장 커
“무리한 공천” 책임 벗어나려 힘쓴듯
친박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짓” 격앙
‘친이’ 정종복 낙선땐 당내 파장 커
“무리한 공천” 책임 벗어나려 힘쓴듯
친박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짓” 격앙
31일 불거진 경주 재선거 정수성 무소속 예비후보 사퇴 종용 논란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막후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의원은 당내에서 ‘영일 대원군’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해왔다.
■ 드러난 ‘형님’의 막후 정치
이상득 의원은 사실상 이번 사건에 막후 조정자 구실을 했다. 지난 29일 경주에서 정수성 예비후보를 만난 이명규 의원은 “이 의원이 정 후보를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경주에 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수성 후보의 출마가 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일으켜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한 대화 내용 역시 “이 의원이 평소 공감했고, 그 이야기를 (정 후보에게) 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리인을 내세워 출마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상득 의원은 지난 12월과 2월 국회에서 여야가 방송법, 경제 법안 등을 두고 첨예하게 맞붙었을 당시에도 해당 상임위원장 등을 만나 독려하며 “이번에 처리를 해야 한다”고 당내 강경 분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 때도 막후에서 지도부 구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막강한 영향력 탓에 오는 5월에 뽑힐 새 원내대표 역시 “결국 ‘형님’의 의중이 실린 사람이 될 것”이란 말이 무성하다. 그의 개입은 친박 진영과의 갈등뿐 아니라 향후 친이 구심점을 두고 충돌이 예상되는 이재오 전 의원 쪽 등과의 갈등을 부를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왜 경주인가?
정수성 무소속 후보 사퇴 종용 논란은 그만큼 친이 한나라당 후보 대 친박 무소속 후보 대결 구도가 된 경주 재선거가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에게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친이계 공심위원조차 “솔직히 경주는 불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일찌감치 경주에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공심위원들 사이에선 “당 주류가 정 전 의원을 후보로 밀어붙이려는 기류가 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 전 의원이 낙선할 경우 당내에서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의원은 경주 재선거 결과가 몰고올 당내 파장을 미리 막으려 무리하게 ‘막후 정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 법적 문제 없나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이나 직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후보 사퇴 종용’에 물밑으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금품이 오가지 않고 단순히 말로 (사퇴를) 종용한 것을 처벌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 문제를 떠나 여권의 실세가 자신의 당 소속도 아닌 무소속 후보에게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통령 형님이라는 이 의원의 정치적 위상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상대 후보자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비민주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들끓는 친박 친박 진영은 이상득 의원의 개입 논란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영남지역 초선의원은 “대통령 형님의 선거 개입은 정말 해선 안 되는 당당하지 못한 짓이다”며 “박 전 대표를 운운하며 상대 후보에게 압력을 가해 주저앉히려는 태도는 외려 친이-친박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재선 의원도 “이는 민주주의에서 피선거권을 부정하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연철 최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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