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국정운영 강력 비판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바닥 민심을 들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 목사는 17일 밤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에 아니라고만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에 국민이 답답해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용산참사로 숨진 가난한 사람들이 150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는데 정부가 이래선 안 된다”며 “군사독재 시절에도 반대자들을 집요하게 설득했는데 이 정부는 얼마나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닥민심 들으려는 노력 게을러
충언하는 참모 없어 불행한 정부 인 목사는 1970~80년대 노동자 선교활동을 벌였던 도시산업선교회에서 일하고 87년 6월 민주화 항쟁 당시에는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지내는 등 민주화 활동을 해왔으며,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시국 선언이 각계 각층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인식은 이들과 다른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도 많은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교수들과 예술계는 물론 종교계도 이렇게 많이 서명하고 나선 적이 없을 정도다. 이런 주장이 터져나오면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뭔가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고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아니라고만 한다.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했는데 후퇴하지 않았다고만 하니 국민들이 말이 안 통하는 절벽을 마주한 것처럼 답답해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고, 정쟁의 정치문화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정권을 잡은 지 이미 1년 반이 돼가는데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이는 사회통합을 못한 자신의 책임이다. 주위에 보수적인 사람만 바글거리면 자연히 반대파가 생기고 이념대결이 생긴다. 책임을 딴 사람에게 돌리면 안 된다. 1년 반 동안 얼마나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했는지, 반대편을 설득하려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도 반대자들을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 정부나 한나라당은 그런 설득을 얼마나 했는가.” 대통령 뽑았지 경제장관 뽑았나
대북문제 챙기고 정치도 나서야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가. “청와대의 한 참모가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관해 “대학교수가 전체 몇 명이냐, 일부 아니냐”라고 했다는데, 이런 참모들이 인의 장막처럼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조선시대엔 왕 앞에 도끼를 메고 죽을 각오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정부에선 그런 사람들이 안 보인다. 시국이 이 정도라면 대통령에게 들끓는 민심을 진언하고 안 들으면 자리를 던지고 나오는 참모들이 몇 나왔어야 한다. 충신이 안 보이는 게 이 정부의 불행이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에서 정언관이란 직책을 따로 두자고 하느냐.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민심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이 대통령이 사회적 신망이 있는 분들이나 정직한 의견을 말하는 원로들을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경제 위기를 강조하는데. “이 대통령이 너무 경제와 외교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외교 장관이나 경제 장관을 뽑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민족문제인 대북 문제는 직접 대통령이 챙겨야 한다. 경험없는 몇몇 비서관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과거 대북관계 전문가나 나라의 원로 등에게 폭넓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해야 할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정치다. 이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대통령을 하느냐.”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검찰 수사에 관해 유감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다리가 무너져도, 비가 안 와도 지도자를 쳐다보는 게 백성들의 정서다. 야당 등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일에 관해 제 덕이 부족했다’는 정도로 폭넓게 한마디 하고 지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실기를 해서 사과를 하기도 뭣한 상황이 됐다. 남북 문제도 그렇고 인사 문제도 그렇고 이 정부의 문제가 제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용산서 사람 죽었는데 두고만 봐
이런 고압적 자세가 정권 상징 돼 -이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나. “가진 자, 부자를 위한 정부라는 인상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사태로 사람이 죽었는데 150일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정부는 가만 놔두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찌 이럴 수 있는가. 그들의 요구도 들어보고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고압적인 자세가 이명박 정권의 상징처럼 됐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대선 때 자기를 도운 특정 단체, 특정 학교 사람들만 쓰는 인사는 안된다. 오른쪽으로 어디까지 가려는 것이냐. 소외된 지역, 중도 좌파 출신까지 끌어안아서 인사의 지경을 넓혀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국민들의 마음이 떠나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충언하는 참모 없어 불행한 정부 인 목사는 1970~80년대 노동자 선교활동을 벌였던 도시산업선교회에서 일하고 87년 6월 민주화 항쟁 당시에는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지내는 등 민주화 활동을 해왔으며,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시국 선언이 각계 각층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인식은 이들과 다른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도 많은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교수들과 예술계는 물론 종교계도 이렇게 많이 서명하고 나선 적이 없을 정도다. 이런 주장이 터져나오면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뭔가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고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아니라고만 한다.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했는데 후퇴하지 않았다고만 하니 국민들이 말이 안 통하는 절벽을 마주한 것처럼 답답해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고, 정쟁의 정치문화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정권을 잡은 지 이미 1년 반이 돼가는데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이는 사회통합을 못한 자신의 책임이다. 주위에 보수적인 사람만 바글거리면 자연히 반대파가 생기고 이념대결이 생긴다. 책임을 딴 사람에게 돌리면 안 된다. 1년 반 동안 얼마나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했는지, 반대편을 설득하려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도 반대자들을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 정부나 한나라당은 그런 설득을 얼마나 했는가.” 대통령 뽑았지 경제장관 뽑았나
대북문제 챙기고 정치도 나서야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가. “청와대의 한 참모가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관해 “대학교수가 전체 몇 명이냐, 일부 아니냐”라고 했다는데, 이런 참모들이 인의 장막처럼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조선시대엔 왕 앞에 도끼를 메고 죽을 각오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정부에선 그런 사람들이 안 보인다. 시국이 이 정도라면 대통령에게 들끓는 민심을 진언하고 안 들으면 자리를 던지고 나오는 참모들이 몇 나왔어야 한다. 충신이 안 보이는 게 이 정부의 불행이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에서 정언관이란 직책을 따로 두자고 하느냐.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민심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이 대통령이 사회적 신망이 있는 분들이나 정직한 의견을 말하는 원로들을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경제 위기를 강조하는데. “이 대통령이 너무 경제와 외교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외교 장관이나 경제 장관을 뽑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민족문제인 대북 문제는 직접 대통령이 챙겨야 한다. 경험없는 몇몇 비서관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과거 대북관계 전문가나 나라의 원로 등에게 폭넓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해야 할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정치다. 이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대통령을 하느냐.”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검찰 수사에 관해 유감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다리가 무너져도, 비가 안 와도 지도자를 쳐다보는 게 백성들의 정서다. 야당 등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일에 관해 제 덕이 부족했다’는 정도로 폭넓게 한마디 하고 지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실기를 해서 사과를 하기도 뭣한 상황이 됐다. 남북 문제도 그렇고 인사 문제도 그렇고 이 정부의 문제가 제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용산서 사람 죽었는데 두고만 봐
이런 고압적 자세가 정권 상징 돼 -이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나. “가진 자, 부자를 위한 정부라는 인상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사태로 사람이 죽었는데 150일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정부는 가만 놔두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찌 이럴 수 있는가. 그들의 요구도 들어보고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고압적인 자세가 이명박 정권의 상징처럼 됐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대선 때 자기를 도운 특정 단체, 특정 학교 사람들만 쓰는 인사는 안된다. 오른쪽으로 어디까지 가려는 것이냐. 소외된 지역, 중도 좌파 출신까지 끌어안아서 인사의 지경을 넓혀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국민들의 마음이 떠나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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