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왼쪽)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희태 대표(오른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몽준 대표·정운찬 총리 ‘낙점’…박 독주체제 붕괴
박희태 대표 오늘 사퇴…내년 2월 전당대회 전망
* 박-정-정 : 박근혜-정운찬-정몽준
박희태 대표 오늘 사퇴…내년 2월 전당대회 전망
* 박-정-정 : 박근혜-정운찬-정몽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양산 재선거 준비를 위해 7일 사퇴하고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돼온 정 최고위원이 당의 얼굴로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여권의 차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대표, 왜 사퇴했나?
박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시한 뒤, 곧바로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선거운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그동안 박 대표는 공천이 확정되기 전에는 대표직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 기용과 개각으로 정부의 ‘얼굴’이 바뀌는 상황에서, 당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뜻을 굽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과 이명박계(친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판장 등 집단행동의 기류까지 감지되면서, 당내 갈등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 대표직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주변에서는 사퇴를 말렸지만, 당내 요구가 거세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차기 경쟁 3각구도?
‘잠룡’으로 분류돼온 정 최고위원이 168석의 거대 여당 대표가 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경쟁 구도의 초반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즉, 당내 비주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 정 최고위원이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다른 잠재적 후보를 제치고 일단 선두그룹을 형성한 셈이다.
일단 정 최고위원 쪽은 이번 대표직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007년 입당 이후 당에서 이렇다 할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대표직을 발판 삼아 당내 ‘접촉면’을 넓혀 세력을 확대해 가겠다는 구상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도 장기적으로는 대선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을 놓고 당정협의를 통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당과 정부에 동시에 경쟁자를 맞게 된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달라질 것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지난 5일 유럽 특사를 마치고 돌아온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직을 잘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정치권의 변수 때문에 소신을 바꾼 적은 없다”면서도 “박 전 대표를 향한 주류 쪽의 견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은 10월 재보선 등 정치 일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 책임론 공방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물밑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이·친박 모두 내년 2월 전당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어 ‘정몽준 체제’가 크게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전면적인 변화 요구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전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정기국회 기간에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니, 당 대표의 구실이 많지 않다”며 “내년 초 전당대회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 최고위원의 활동 폭은 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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