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원안대로” 행정도시 관련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6일 충남 연기 행정도시건설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행정도시 원안 건설 약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및 원안 추진을 위한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기구·예산 축소-특별법 무산…단지건설 계약해지도
“국민합의 거친 정책…무산땐 국토균형발전 어려워”
“국민합의 거친 정책…무산땐 국토균형발전 어려워”
행정도시가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수정 추진’ 발언이 불을 지폈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일 “세종시를 세우되, 원안보다는 수정안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대통령이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이 ‘행정도시 문제’를 총리 임명동의안과 연계할 뜻을 내비치고 해당 지역도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포기”라며 강하게 반발해, 행정도시는 가을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행정도시 결국 축소되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은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 속에 나온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정 후보자는 총리 내정 이전인 지난 1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만남에서 ‘행정도시와 4대강 사업’에 관한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4일 “세종시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가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사실 현 정부의 행정도시 수정 움직임은 일찍부터 예견된 터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행정도시 건설을 국정 현안 보고에서 제외했다. 기구와 예산도 축소했다. 지난 7월에는 세종시설치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정부가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보다는 과학과 산업 쪽에 무게를 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행정기관 이전으로는 인구 50만명의 도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대로라면 중앙정부의 9부 2처 2청이 옮겨가기로 돼 있는 행정도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하나와 국내 10대 대기업 가운데 한 곳, 서울대 공대 등 일부 대학·연구기관만 옮겨가게 된다. 이마저도 불투명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나 대학의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의 한 관계자는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은 국가 균형발전 선언과 15조원의 예산 조달을 위한 법일 뿐이며, 정부가 이 특별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기능과 이전 대상을 축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행정도시 예정지에서는 최근 1-4, 5공구 행정타운에 들어설 시범단지가 건설사들의 계약 해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 “행정도시 포기는 국가 균형발전 포기” 대통령과 총리 후보자의 행정도시 축소 발언과 행정도시를 변질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최병선 경원대 교수는 “행정도시는 수많은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형성된 국가 정책”이라며 “이미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이를 재론하는 것은 국력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중앙행정기관이 움직이지 않는 행정도시는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며 “국토 균형발전의 중추인 행정도시가 무산되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의 1단계 완공 시기는 다음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12년이다.
대전/송인걸, 김경욱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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