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인준을 계기로 정부·한나라당의 행정도시 축소·중단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충청권에서는 “행정도시 안 하려고 별소리를 다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충청권의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시민들은 “수도권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무너뜨리는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30일 행정도시 건설 지역의 장아무개(48·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씨는 “항구도 공항도 없는 내륙에 인천 송도 같은 국제 자유무역 도시를 검토한다는 정운찬 총리의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행정도시를 건설하지 않으려고 별소리를 다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같은 연기군의 육해일(50)씨도 “농사짓는 시골 사람도 한국에 행정도시가 왜 필요한지 안다”며 “최고대학 총장을 지낸 사람이 국가의 균형발전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수도권 기득권자들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원종(54) 전 행정수도사수 연기군 남면 대책위원장도 “수백년 동안 조상들이 살아온 고향 땅을 내준 것은 행정도시 건설이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였다”며 “여기 기업이나 대학 한두 개 유치하려고 그 많은 주민들이 고향 땅을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전 위원장은 “이번에는 연기군과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의 국민들이 모두 나서 행정도시와 국가 균형발전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홍석하 사무국장은 “정부가 계속 행정도시를 흔들어 행정타운이나 첫마을 건설 등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입주만 기다리며 보상금으로 생활하는 원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떠돌이 빈민으로 전락할 위기”라고 말했다. 유한식 연기군수도 “진실을 왜곡하고 행정도시 건설을 중단하려는 정부·여당에 대항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창기 대전대 교수는 “행정도시가 제대로 건설되기 위해서는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정부는 행정도시를 보완하겠다는 핑계로 행정도시를 무산시키고 있다”며 “행정도시를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 균형발전은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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