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저녁 경남 양산 중부동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양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낙천 치욕 털고 6선으로 국회의장 눈앞
막판까지 접전 조마조마 “좀 부끄럽다”
막판까지 접전 조마조마 “좀 부끄럽다”
천신만고 끝에 여의도로 돌아왔다. 가슴속 응어리진 지난해 총선 낙천의 치욕도 털게 됐다. 6선 국회의원이 돼 소망이던 국회의장의 자리도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선대본부장,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화려했던 위상은 적잖이 상처를 입었다.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는 28일 경남 양산 재선거에서 힘겹게 당선됐다. 당내 공천부터 쉽지 않았다. 집권 여당의 대표였으나 늘 청와대 눈치 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4·29 재보선 완패의 책임을 어물쩍 넘긴 그에게 당 주류는 선뜻 공천장을 주려 하지 않았다. 71살의 고령에 국회의장 욕심에만 매달려 당을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결국 그는 청와대, 당 주류와 대표직을 건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공천을 받아냈다.
선거 과정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양수 전 한나라당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인한 여권 후보 분열에 가슴 졸이던 그는 막판엔 ‘노무현 바람’을 탄 송인배 민주당 후보의 거센 추격을 간신히 따돌렸다. 경남 남해 출신이라 낙하산이란 비판에도 고전해야 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선 송 후보를 1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당내에선 “밑바닥 민심이 심상찮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도 끝까지 가슴을 졸였다. 최대의 접전지역으로 예상되던 수원 장안구를 제치고 예상 밖의 ‘초접전’을 펼쳤다. 한때 200표까지 송 후보가 추격하기도 했다. 13~17대 내리 5선 국회의원으로 정당 사상 최장수 대변인(1988~92년, 4년2개월), 국회 부의장(17대)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박 당선자의 화려한 이력이 무색할 정도였다.
박 당선자는 가까스로 당선이 확정되자 “좀 부끄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힘을 실어주라는 뜻이라고 본다. 신명 바쳐 일하겠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에 돌아온 박 당선자는 다선 우선 원칙에 따라 18대 하반기의 국회의장에 유력해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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