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응웬 밍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이 10월 21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호치민 동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이 대통령, 수정 못하면 국론 분열 책임
박근혜, 원안 못지키면 ‘원칙·신뢰’ 타격
박근혜, 원안 못지키면 ‘원칙·신뢰’ 타격
세종시 원안 추진 여부를 둘러싼 여권 내부 논쟁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의 충돌로 치닫고 있다. 양쪽 진영도 한 치 물러섬 없이 빠르게 세를 결집하고 있다.
친이계는 세종시 계획 수정을 전제로 공론화에 나섰다. 공성진 최고위원과 차명진 의원은 2일 세종시 계획 변경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공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 기능의 분할에 따른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 공천 때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며 뭉쳤던 수도권 중심의 48인모임 회원들도 이날 모여 “대정부질문이나 다양한 형식의 국민토론회를 통해 수정 여론을 모아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내 최대 주류 모임인 ‘함께 내일로’와 친이 직계 모임인 안국포럼 등도 주중 모임을 열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친박 쪽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류다. 이성헌 사무부총장은 이날 당내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이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이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 번도 공개 토론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 변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떠돌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또다시 외부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허수아비 정당’,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당론 수정 움직임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한 셈이다.
친박계는 친이계의 세종시 국민투표 방안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구상찬 의원은 “세종시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느냐 안 지켜야 하느냐 하는 것을 국민투표로 묻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세종시 수정을 위한 법안 개정이 힘들어지자 국민투표란 꼼수를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각각 세를 결집하는 까닭은 물러서는 쪽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이 대통령은 국론 분열의 책임을 떠안으면서 다른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도 세종시 원안을 지켜내지 못하면 원칙과 신뢰라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된다. 대선 후보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
한 당직자는 “세종시 문제는 이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풀어야 할 문제가 됐다”며 “정부 안이 발표된 이후의 여론 흐름이 두 사람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신승근 기자 sychee@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84회 국회 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