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세종시 발언에 선거 참패” “언행 절제를”
“세종시 문제를 발제하는데 당과 미리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1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한 인사말이었다. 이날 당정회의는 총리 취임 뒤 첫 공식회의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작심한 듯 정 총리에게 포문을 열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한두 사람의 소신과 정치철학 때문에 한꺼번에 함몰될 수는 없다”며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거론한 뒤 앞서고 있던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이 급락해 말도 안 되는 선거 참패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총리 등은) 1년 반 내지 2년이 되면 직을 그만두지만, 정치인들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계속 정치를 해야 한다. 국무위원들이 한 말들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당에 부담되는지를 생각해 달라”고 질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세종시 문제는 국가 중대사이기 때문에 서로 소신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주장은 절제된 언행과 예의를 지켜 존중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정 총리의 언행을 지적했다. 정몽준 대표는 “정치에서 반대는 누적되지만 찬성은 누적되지 않는다. 말만 갖고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지금 이 시점에선 일단 당부터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세종시 대안을 내년 1월보다는 빨리 연내에 발표하자”는 데 공감했다. 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토지 원가 공급,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세종시 이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려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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