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종시 수정안 반대’ 파장]
정부 여론몰이 차단 ‘부처이전 원안 고수’ 쐐기
친박 내부 단속도…친이 “수정안 추진 어려워”
정부 여론몰이 차단 ‘부처이전 원안 고수’ 쐐기
친박 내부 단속도…친이 “수정안 추진 어려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세종시 원안 수정 반대’ 뜻을 다시 분명히 함에 따라, 사흘 뒤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전 대표가 두 달 만에 침묵을 깨고 이날 재확인한 ‘세종시 원안 수정 반대’는 우선 정부가 일부 내보인 △세종시 땅값 대폭 인하 공급 △법인·소득세 일정 기간 면제 등을 담은 수정안으로는 자신이 그동안 주장해온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특혜를 퍼붓다시피 하는 세종시 수정안이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비능률을 초래하고 지역 간의 균형발전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수정안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박 전 대표의 생각도 수정안 반대의 배경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한 측근은 “자신이 당 대표로 있으며 총선과 재보선,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 경선 때 거듭 약속해온 말을 어길 수 없다는 판단, 그리고 여야가 합의한 세종시 문제를 뒤집으면 앞으로 국가 운영에서 재앙에 가까운 불신에 이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측근도 “지금처럼 모든 대안을 다 나열하면서 세종시에 특혜 폭탄을 퍼붓는 방식으로는 절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상실이라는 암초를 깰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여론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충청지역의 분위기가 정부의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게 될 경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해온 박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니까 형성 과정에 있는 여론에 영향을 줘서 그런 방향으로 안 가도록 선제적 조처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정안 반대를 재확인하고 나섬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한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친이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박 전 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대대적인 여론전과 함께 박 전 대표 설득에 나설 계획이었다. 본격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정부 수정안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이를 배경으로 박 전 대표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실제 친박계 내부에서도 정부의 수정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여론이 수정안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면 박 전 대표도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이날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 5~6개 부처 이전을 담으면 중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라며 절충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반대’의 배수진을 치자, 친이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이계의 한 핵심 당직자는 “충청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고 박 전 대표와도 진정 어린 대화를 해야 하지만, 솔직히 수정안 추진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초선의원은 “여론이 수정안 쪽으로 기운다면 박 전 대표는 역풍을 맞아 정치적 코너에 몰릴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성연철 최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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