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11일 오전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려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운데 사진 앞줄 오른쪽 넷째)와 의원·당직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오른쪽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과 류근찬 원내대표, 김창수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직자들이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이회창 총재(뒷줄 가운데)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를 다짐하는 뜻으로 삭발하고 있다. 김태형 김진수 박종식 기자 jsk@hani.co.kr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시 부처이전 백지화
정부, 수정안 확정 발표
정부, 수정안 확정 발표
정부가 11일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에 삼성·롯데·한화·웅진 등 대기업과 고려대·카이스트 등 교육기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법을 바꿔 대기업·대학에 원형지 개발권과 조세 감면 등 파격적인 특혜를 주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지역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발전과 지역 성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 현안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포기
기업·혁신도시 맞물린
균형발전 핵심축 실종
정운찬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이라고 말했다. 정부 수정안은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원안이 담고 있는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핵심 가치를 폐기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총리는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은 행정도시 계획보다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며 “세종시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정부처 이전 방안 폐기로 세종시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는 반박이 나온다. 최병선 경원대 교수는 “세종시는 원래 국가의 정책기능을 옮겨 중앙집권 구조에 따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들이 이전할 각 지방의 기업·혁신도시와 함께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 노릇을 하도록 구상된 것인데, 그 핵심 전제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가정책을 짜는 ‘두뇌’를 옮겨 인력과 자원의 수도권 쏠림을 막자는 애초 취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파격특혜 ‘기업블랙홀’
신규사업 세종시 쏠려
비충청권 역차별 반발 수정안은 행정부처가 빠진 빈자리에 특혜 제공을 통한 대기업 유치를 담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원안은 정부 부처가 오면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부처 이전이라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유인’이 사라지자, 망설이는 기업들을 끌어오기 위해 원형지 판매 등 파격적 특혜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으로 ‘관제 기업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처 이전 백지화에 대한 충청권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변창흠 세종대 교수) 특혜 부여는 기업들이 다른 지역을 외면하고 세종시로 몰리는 ‘세종시 블랙홀’ 효과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실제 세종시는 이미 수정안 발표와 동시에 원안보다 3배로 늘어난 자족용지(1533만㎡)의 3분의 2 가까이가 들어찼다. 이에 충주·무안·무주 등 6곳의 기업도시에선 “신규 사업은 왜 다 세종시로 가느냐”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병선 교수는 “행정중심도시를 일개 기업도시로 만드는 바람에 다른 기업·혁신도시들과 기업 유치를 놓고 경쟁관계가 돼버렸다”며 “세종시와 다른 지역 사이의 상호보완 효과는 사라지고 갈등만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 졸속변경 갈등 증폭
5년 토론뒤 확정한 원안
9차례 토론끝 수정 강행 일방적으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정부 행태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정 총리가 지난해 11월4일 세종시 수정 방침을 공식 발표한 지 두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최종 수정안을 내놨다. 조명래 교수는 “참여정부는 5년 동안 국제 공모 6번에다 수백명의 학자가 참여해 100여차례 토론을 벌인 끝에 원안을 확정했는데, 지금 정부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발표 당일을 포함해 9차례 토론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충청지역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정 총리는 수정안 발표 전까지 5차례 충청권 방문에 나섰지만, ‘수정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 총리의 ‘소신’ 뒤엔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정부의 이런 일방적 자세는 야당과 여당 내 수정 반대 세력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 심각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낳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종시 수정에 반대했던 민관합동위원회의 강용식 위원은 “정부는 이런 갈등의 근원을 절대 국회로까지 가져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손원제 김경욱 김성환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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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혁신도시 맞물린
균형발전 핵심축 실종
정운찬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이라고 말했다. 정부 수정안은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원안이 담고 있는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핵심 가치를 폐기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총리는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은 행정도시 계획보다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며 “세종시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정부처 이전 방안 폐기로 세종시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는 반박이 나온다. 최병선 경원대 교수는 “세종시는 원래 국가의 정책기능을 옮겨 중앙집권 구조에 따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들이 이전할 각 지방의 기업·혁신도시와 함께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 노릇을 하도록 구상된 것인데, 그 핵심 전제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가정책을 짜는 ‘두뇌’를 옮겨 인력과 자원의 수도권 쏠림을 막자는 애초 취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파격특혜 ‘기업블랙홀’
신규사업 세종시 쏠려
비충청권 역차별 반발 수정안은 행정부처가 빠진 빈자리에 특혜 제공을 통한 대기업 유치를 담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원안은 정부 부처가 오면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부처 이전이라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유인’이 사라지자, 망설이는 기업들을 끌어오기 위해 원형지 판매 등 파격적 특혜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으로 ‘관제 기업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처 이전 백지화에 대한 충청권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변창흠 세종대 교수) 특혜 부여는 기업들이 다른 지역을 외면하고 세종시로 몰리는 ‘세종시 블랙홀’ 효과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실제 세종시는 이미 수정안 발표와 동시에 원안보다 3배로 늘어난 자족용지(1533만㎡)의 3분의 2 가까이가 들어찼다. 이에 충주·무안·무주 등 6곳의 기업도시에선 “신규 사업은 왜 다 세종시로 가느냐”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병선 교수는 “행정중심도시를 일개 기업도시로 만드는 바람에 다른 기업·혁신도시들과 기업 유치를 놓고 경쟁관계가 돼버렸다”며 “세종시와 다른 지역 사이의 상호보완 효과는 사라지고 갈등만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 졸속변경 갈등 증폭
5년 토론뒤 확정한 원안
9차례 토론끝 수정 강행 일방적으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정부 행태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정 총리가 지난해 11월4일 세종시 수정 방침을 공식 발표한 지 두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최종 수정안을 내놨다. 조명래 교수는 “참여정부는 5년 동안 국제 공모 6번에다 수백명의 학자가 참여해 100여차례 토론을 벌인 끝에 원안을 확정했는데, 지금 정부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발표 당일을 포함해 9차례 토론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충청지역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정 총리는 수정안 발표 전까지 5차례 충청권 방문에 나섰지만, ‘수정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 총리의 ‘소신’ 뒤엔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정부의 이런 일방적 자세는 야당과 여당 내 수정 반대 세력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 심각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낳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종시 수정에 반대했던 민관합동위원회의 강용식 위원은 “정부는 이런 갈등의 근원을 절대 국회로까지 가져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손원제 김경욱 김성환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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