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강도론’ 응수…세종시 감정싸움 격화
청와대 “결기 보이는 것 온당치 못해” 친박 공격
청와대 “결기 보이는 것 온당치 못해” 친박 공격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강도론’을 주고받으며 날선 세종시 감정싸움을 벌였다.
박 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말은) 백번 천번 맞는 말씀이지만, 그런데 집안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하면 그때는 또 어떡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충청북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 대한 응수다. ‘같은 집안’인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때부터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약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명박 대통령을 사실상 ‘강도’로 지목한 셈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말을 직설적으로 반박한 것은 단순 비유를 들며 자신을 옥죄는 당·정·청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한 짙은 분노의 표시이자 강력한 방어 의지로 보인다.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쟁에 그릇된 비유를 갖다붙이며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정안을 정부가 ‘백년대계’라고 포장하는 것에도 거부감이 굉장히 크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오지 않는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물에 빠져 죽은 ‘미생’을 들며 자신을 공격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에게 “미생의 진정성을 봐야 한다”고 즉시 맞받아쳤다. 또 “버스 운전수가 애초 지도대로 길을 가다 보니 낭떠러지가 나와 승객에게 물어 더 좋은 길로 가려는 것”이라며 수정안을 옹호한 권태신 총리실장의 ‘운전수’ 비유에도 “승객은 낭떠러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기사만 낭떠러지를 봤다고 한다”고 바로 논박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세종시 문제를 선악이나 도덕적 가치 논쟁으로 단순화해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를 막으려는 단호한 의지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오해’라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강도론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화합을 강조하면서 수없이 비유를 들었던 것”이라며 “누구를 강도로 비유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허허 웃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친박 진영을 가리켜 “(강도론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인용해 대단한 결기를 보이려 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고 날을 세웠다.
박 전 대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고 한 전날 이 대통령의 말에 관해선 “당연한 일반론이다.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에 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은 여야를 떠나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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