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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와대, 선전포고…친박쪽 “적반하장”

등록 2010-02-11 18:40수정 2010-02-11 22:04

이명박-박근혜 충돌
이명박-박근혜 충돌
이명박-박근혜 충돌
‘실언에 친박이 싸움걸어’ 명분 되치기
세종시 교착 타개하려 정면돌파 전략

이동관 홍보수석이 1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전날 ‘한 집안 강도’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은 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전날 “박 전 대표께서 뭔가 크게 오해를 하신 것 같다”며 나름의 예우를 갖추려 했던 것과 확 달라진 ‘정면 대응’이다.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한 집안 강도’ 발언을 한 박 전 대표에게 잘못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자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에 뾰족수가 없어 답답해 해온 청와대로서는 모처럼 반격의 계기를 만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강도론은 이 대통령이 내부 화합을 강조하면서 수없이 써온 비유로, 이번 건은 박 전 대표가 헛다리를 세게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의 명분이 청와대에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참모들의 말만 듣고 즉자적으로 이 대통령을 강도로 지칭한 것”이라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관 수석이 이날 박 전 대표를 ‘박근혜 의원’이라고 표현하고, “이번 일을 ‘실언 파문’이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런 내부 기류와 판단을 담은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싸움을 국민들의 ‘설 대화상’에 올려 유리한 여론구도를 만들려는 전략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확실하게 나서지 않으면 설 연휴에 사람들이 ‘이 대통령이 강도 얘기로 말실수를 해서 박 전 대표를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설 전 대반격을 통해, 박 전 대표의 기세를 꺾어두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교착 상태에 빠진 세종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정면 돌파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집안 강도론’을 계기로 박 전 대표에 대해 단호한 결기를 보여놓고, 이 기세를 몰아 설 이후 박 전 대표를 압박하며 세종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설 이후 기자회견이나 충남 방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세종시 문제도 명확해졌다”며 “여권에 어정쩡하게 눈치보지 말고 이명박(세종시 수정)이냐 박근혜(원안)냐를 확실하게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사과는 이대통령이 먼저 해야” 격앙
세종시 위기에 ‘박근혜죽이기’ 해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청와대의 공식 사과 요구를 일축한 것은, ‘청와대의 문제제기가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상황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사과 요구 사실이 알려진 직후만 해도 친박 진영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 보였다.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대통령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광호 최고위원도 “내가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진의를 설명했다”며 “잘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전해진 박 대표의 발언은 단호했다. “그 말이 문제가 있다면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을 친박 의원들은 “무슨 사과를 하란 말이냐, 법대로 하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이 대통령이 먼저 거친 말로 박 전 대표를 자극해 원인 제공을 해놓고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오해 살 만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그야말로 ‘일 잘하는 사람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는 일반론으로 이야기한 것 아니냐”며 “오해하기 충분한 이 대통령 말은 일반론이라고 하고, 박 전 대표의 말은 오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저급한 이중잣대”라고 쏘아붙였다.

친박 진영에선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의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애초 의도한 ‘박근혜 죽이기’를 본격화한 만큼, 정면 대응을 피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참모는 “이번 청와대의 태도로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한 목표가 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박근혜 고립화’라는 정치적 차원에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제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청와대가 ‘국가 백년대계’를 명분으로 수정안을 밀어붙여 박 전 대표를 방해꾼, 대통령에게 대드는 사람으로 낙인찍어 박 전 대표 무력화에 본격 나섰으니,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국회를 건너뛰어 곧바로 국민투표 절차를 진행하려는 의도된 도발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자꾸 친이-친박 간 갈등을 부추겨 ‘정파 다툼만 하는 국회는 안 되겠으니 국민에게 직접 뜻을 묻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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