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면 갑판 좌우 모두 바깥쪽으로 휘어
수습한 주검 2함대 안치…가족들 통곡
수습한 주검 2함대 안치…가족들 통곡
15일 새벽녘에 설핏 잠이 깬 박영이(48)씨는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돌아누웠다. 날이 밝으면 아들 박보람(24) 하사와의 이별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간밤 꿈에서 보람이가 동생이랑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면서 나한테 걸어왔는데….”
꿈에서 아들과 만난 기쁨도 잠시, 박씨는 누운 채로 한없이 베갯잇을 적셨다. 박 하사는 어머니를 끔찍이 아끼던 효자였다. 박 하사가 지난 20여개월을 부어온 정기적금도 어머니의 무릎 수술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달이 만기인 적금 통장만 남긴 채, 아들은 어머니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만난 박 하사의 사촌형수 조아무개(36)씨는 “보람이 어머니가 지난밤 통곡을 멈추지 못했는데, 그 때문인지 아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꿈에) 나타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사고로 실종된 장병들이 이날 20일 만에 배꼬리(함미)와 함께 주검으로 물 밖으로 나왔다. 군 당국은 이날 밤 11시30분까지 36구의 주검을 찾아내 모두 신원을 확인했다. 인양 현장에서, 또 텔레비전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차디찬 물속에 그렇게 오래 남겨둬 미안하다”며 통곡했다.
앞서 이날 인양 작업은 오전 8시44분 백령도 해상의 모든 경비함이 애도의 뜻으로 15초간 ‘기적’을 울리면서 시작됐다. 선체 물빼기와 바지선 탑재 등 함미 인양은 한나절 만에 끝났지만, 이후 실종자 수색과 신원 확인 작업 등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함정 내부 격벽이 무너지고, 부유물과 전선 등이 뒤엉켜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양된 천안함의 절단면은 그물망이 씌워져 정확한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물망 사이로 드러난 갑판 쪽 상부 철판은 오른쪽과 왼쪽 모두 바깥쪽으로 구겨지고 가운데가 ‘∧’ 모양으로 치솟아 있었다. 갑판 쪽 절단부의 너덜너덜하게 찢긴 단면도 뚜렷했다. 그러나 갑판부 아래 절단면은 그다지 들쭉날쭉하지 않고 비교적 매끈한 사선 모양을 그렸다.
함미 인양이 마무리되면서 민·군 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도 본격화했다. 군 관계자 28명(국군 26명, 미군 2명)과 민간인 10명으로 구성된 현장 조사요원 38명은 이날 선체 구조, 폭발 유형, 정보, 작전 등의 분야로 나뉘어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발견된 장병들의 주검은 독도함에서 1차 검안과 신원 확인을 거친 뒤, 헬기로 가족들이 있는 2함대 사령부로 이송돼 임시 안치됐다. 해군은 희생 장병들의 장례 일정에 대해 “해군장으로 한다는 원칙만 정해졌고, 이후 세부 계획은 실종자가족협의회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홍석재 홍용덕, 권혁철 기자 forchis@hani.co.kr
천안함 침몰 20일 만인 1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배꼬리(함미) 부분이 대형 크레인에 인양돼 바지선 위에 올려놓아지고 있다. 침몰 원인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절단면(왼쪽)에는 녹색 그물망이 쳐져 있어 세부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백령도/이종근기자 root2@hani.co.kr
함미 인양이 마무리되면서 민·군 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도 본격화했다. 군 관계자 28명(국군 26명, 미군 2명)과 민간인 10명으로 구성된 현장 조사요원 38명은 이날 선체 구조, 폭발 유형, 정보, 작전 등의 분야로 나뉘어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발견된 장병들의 주검은 독도함에서 1차 검안과 신원 확인을 거친 뒤, 헬기로 가족들이 있는 2함대 사령부로 이송돼 임시 안치됐다. 해군은 희생 장병들의 장례 일정에 대해 “해군장으로 한다는 원칙만 정해졌고, 이후 세부 계획은 실종자가족협의회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홍석재 홍용덕, 권혁철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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