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2 민심] 여유있는 경기
개표 한순간도 1위 안내줘
유시민, 거친 이미지가 발목
개표 한순간도 1위 안내줘
유시민, 거친 이미지가 발목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는 2일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수원 경기지사 공관에서 지켜봤다. 그는 개표 직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보다 4.2%포인트밖에 앞서지 않은 것으로 발표되자 한껏 긴장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2일 밤 11시20분 현재 18.8%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53.4%(43만6900표)의 득표를 기록해 46.6%(38만1316표)를 얻은 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유를 되찾았다. 4년 전에 견줘 이번 선거는 김 후보에게 녹록지 않았다. 2006년 선거에서 김 후보는 218만여표(59.6%)를 얻어 112만표(30.7%)를 얻은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를 갑절가량 따돌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달 13일 유 후보가 김진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꺾고 단일화에 성공하며, 강력한 야권의 도전이 예상됐다. 선거 사흘 전인 30일엔 5% 안팎의 지지를 얻고 있던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한자릿수 안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김 후보를 버티게 해준 것은 천안함 사태였다. 김 후보는 유세 때마다 “어뢰를 쏜 김정일을 심판해야 한다. 북한은 욕하지 않고 대통령만 욕하는 친북 반정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못 믿겠다는 모략선동가들이 있다”며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북한 때리기는 정책 홍보 이상의 연설 주제였다. 특유의 집요함과 부지런함도 저력이었다. 김 후보는 지난달 7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공식 선거운동 종료일인 1일까지 24박25일의 도내 순회 민박 유세를 펼쳤다. 지사 시절엔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택시를 몰며 경기도내 곳곳을 돌았다. 이런 활동은 그에게 ‘서민’, ‘현장’이란 이미지를 심어줬다. 여기에 유 후보가 민주당과 불화를 겪어왔던 경력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도 도움이 됐다. 유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됐지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흡수하는 데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80년대 중반 노동운동의 대표 주자였던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무게를 더하게 됐다는 평이다. 김 후보 쪽의 최우영 대변인은 “친노의 유시민, 민주당의 손학규, 진보신당의 심상정이라는 야당 최정예를 한번에 꺾었다”며 “여권을 지켜낸 대표 주자로서 확실히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59살) △서울대 경영학과 △15~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경기지사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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